합의문 없는 한미회담…“분야별로 진전 달라”

2025-08-29 13:00:02 게재

위성락 안보실장 “큰 공감대 형성, 가시물 내놓을 것”

대미투자 구체적 내용 명시 놓고 줄다리기 관측도

이 대통령 지지율 59% 상승 전환 … 긍정 이유 ‘외교’

첫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배경에는 안보·경제·통상·투자 등 각종 분야에 대한 양국의 합의 정도가 달랐던 탓이 컸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 간 신뢰 구축이라는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구체적인 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나중에 ‘청구서’가 날아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아지자 좀 더 명확한 입장을 밝힌 걸로 해석된다.

29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문서는 여러가지 분야를 망라하는데 어느 분야에서는 진전이 많이 있어서 서로 문서를 내놓을 정도까지 간 점도 있고, 어느 분야에서는 조금 느린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느린’ 이유로는 서로의 이견이 컸기 때문이라기보다 얼마나 상세히 규정하느냐에 대한 생각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위 실장은 “왜 느렸느냐, 큰 이견이 있는 게 아니라 어느 만큼 상세히 규정하느냐다”라면서 “상세히 규정하려면 더 많은 검토를 해야 된다, 지금 (문서화)하려면 상세성을 줄여야 하고 상세하게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해서 전체적으로 좀 더 협의를 해봐야 되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가 일각에선 이번 한미정상회담 종료 후 사흘이 지났지만 별다른 문서가 나오지 않은 데 대해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대미투자액 3500억 달러를 어떻게 사용할지 명문화하는 데 이견조율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달 관세협상 타결 15% 관세율을 문서에 적시하는 데 대해 미국측이 이견을 냈다는 뒷얘기도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결국 양측 모두 각 분야에서 서로 유불리한 지점이 갈리고 있어 바로 합의문을 작성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으리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 기자간담회에서 “전술적으로 시간을 가지는 게 나쁘지 않다는 내부적 판단도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미측이 각종 분야에서 밀어붙이는 부분들이 있는데 합의문을 내기 위해 속도를 낸다고 해서 더 좋은 결과를 내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

강 실장은 “협상을 담당하는 장관들이 여럿 있는데 자기 협상이 잘 안 되면 잘 되는 쪽하고 걸어서 연대하자고 한다. 이거 안 되면 이것도 안 된다는 식일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이는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 쪽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해가 복합적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봐달라”고 추가적인 설명을 하기도 했다.

한미간 원자력 부분에선 진전된 협의가 진행중이다. 위 실장은 “진전된 의미있는 협의가 있었다”면서 “한미 간에 서로 협력에서 제3국 지역에 진출하는 협력, 농축재처리 분야에서 좀 더 많은 운신 공간을 받는 문제도 논의하고 있고 다 의미있는 진전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위 실장은 또 “투자·관세·안보 분야 등 다해서 큰 공감대가 형성이 됐기 때문에 그 자체로 성과”라면서 “좀 더 협의를 하면 나중에 가시물을 내놓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이 만날 가능성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볼 때 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높게 잡지 않는 것이 건설적일 것”이라며 “관건은 북의 호응인데 굉장히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기 때문에 (중략) 우리가 너무 기대치를 높여서 얘기하는 것이 북의 호응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정상회담 성과를 기반으로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최근 2주간 하락세에서 반등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직무 수행 평가를 물은 결과 59%가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주보다 3%p 상승한 수치다. 부정 평가는 30%로 전주보다 5%p 하락했다.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긍정 평가한 이유로는 ‘외교’가 2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이고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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