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살롱
일상화된 기후재난, 기후돌봄 고민할 때다
올해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면서 기후이상을 실감하고 있다. 국내 기후재난으로 인한 건강피해는 폭염 한파 미세먼지 감염병 홍수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최근 몇년간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급증, 2024년에만 응급실 감시체계 신고로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3704명으로 전년 대비 31.4% 늘었다. 올해는 8월 27일 현재 온열질환자는 4117명으로 2024년 전체보다 훨씬 많다. 노약자 야외노동자 등이 특히 취약하며 장기간 고온 시 사망자 수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겨울철 한파로 인한 저체온증 동상 등 한랭질환 응급 신고와 사망 사례도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겨울철 초미세먼지(PM2.5) 농도 상승이 심뇌혈관질환 입원 및 사망과 연관되어 보고된다. 기온 및 습도 변화로 인해 뎅기열, 쯔쯔가무시, 비브리오 패혈증 등 매개 곤충 및 세균성 감염병도 증가하고 있다.
강원 산불, 기록적 폭우 등 자연재난 직후 피해자들의 불면 불안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발생률이 크게 증가했다. 영남 피해지역에 가보니, 삶의 터전을 잃은 피해자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었다. 영남 산불 경험자의 65%가 불면, 58%가 불안증상을 겪었고 13%가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취약계층에 이중타격 가하는 기후재난
심리적 피해(우울 불안)는 재난 이후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국내 기후재난은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건강과 사회적 취약층에 이중의 타격을 주고 있다. 홍수나 폭우로 인한 외상, 감염병 노출, 취약계층의 인명피해도 증가추세다.
2022년 8월 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다세대주택 반지하에서 살던 발달장애인 가족 3명이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로 모두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 가족은 40대 여성 자매와 10대 딸로, 심야의 폭우로 반지하 주택이 급격히 침수되면서 구조가 이뤄지지 못했다. 당시 침수로 현관문을 열 수 없는 상황에서 방범창이 있는 창문 외에는 탈출구가 없었다. 결국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이 사건은 주거취약계층의 열악한 환경과 재난 취약성을 극명하게 드러낸 참사로 많은 시민들과 언론의 논란과 정부의 대책 촉구로 이어졌다. 이후 반지하 주택의 위험성과 주거 사다리 마련의 필요성, 공공임대주택 확대, 실질적인 재난 대응 강화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가 커졌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 70세 이상 고령층, 장애인, 야외 근로자, 저소득층에서 온열질환 및 기후재난에 더 큰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보고 등에 따르면 기후재난으로 2030년까지 매년 3760만명이 추가적으로 극심한 빈곤상태로 내몰릴 수 있고, 최악의 경우 1억700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반복적 폭염 홍수 허리케인 산불 등으로 인한 직접적 인명피해 증가와 이차적(식량 위생 질병 등) 사회적 비용도 폭등하는 추세다.
2019년 뉴욕 주민들이 주도해 만든 ‘기후 리더십 및 지역사회 보호법(Climate Leadership and Community Protection Act, CLCPA)’은 미국 내에서 가장 야심 찬 기후변화대응 법안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다른 주의 정책 수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CLCPA는 기후정의를 강조하고 있으며, 기후변화대응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전환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법안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 법안은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 등의 여론이 실질적인 법안 제정에 큰 역할을 담당한 주민주도 법안으로 미국 시민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CLCPA는 뉴욕주가 기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욕주 기후입법이 던지는 교훈
기후돌봄이란 기후위기로 인해 삶이나 자기실현이 어려워진 인간과 비인간(동물 식물 등) 약자들, 그리고 기후재난 상황에 처해 취약해진 존재들을 돌보는 새로운 돌봄의 원칙과 실천을 의미한다.
1인가구가 국내에서도 1000만명이 넘는다. 가족과 공동체의 돌봄기능이 갈수록 취약해지는 상황에서 기후위기 극복의 요체는 기후돌봄 거버넌스 구축이다. 정부 시민사회 지역공동체 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 정책 수립 및 실행 과정에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뉴욕주와 같이 ‘탄소중립공동체보호법 입법’으로 기후돌봄의 제도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내년 3월에 시행될 돌봄통합지원법에 기존 돌봄영역에서 기후적응·생태적 관점으로 확장해 특히 기후재난 취약계층에 대한 돌봄방안이 포함하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