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보호한도 1억 상향 앞두고 저축은행 5천만원 초과예금 증가

2025-09-01 13:00:13 게재

오늘부터 한도 확대 시행, 미리 움직여

작년말 24.8조에서 올해 3월 25.4조

저축은행 양극화 심화 우려 목소리도 커져

이달 1일부터 예금자보호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된 가운데 저축은행의 5000만원 초과 개인예금은 지난해와 올해 초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으로 예금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저축은행으로 ‘머니무브’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대형 저축은행으로 예금이 쏠려 저축은행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예금보험공사가 지난달 27일 발간한 ‘금융리스크리뷰 여름호’에는 이 같은 내용의 최근 저축은행업권 예금 주요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가 담겼다.

저축은행의 5000만원 초과예금은 올해 3월말 25조4000억원으로 전년말(24조8000억원) 대비 6000억원 증가했다. 저축은행 자산 규모별 대형사(1조원 이상)의 5000만원 초과 예금은 22조2000억원으로 전체의 87.5%를 차지했다. 중형사(3000억원 이상~1조원 미만)는 2조5000억원(9.8%), 소형사(3000억원 미만)는 7000억원(2.7%)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현정민 예보 선임조사역은 “대형사의 5000만원 초과 예금의 규모 및 비중이 매년 증가하고 있어, 대형사에 대한 편중 현상이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저축은행의 5000만원 초과예금은 2020년말 11조8000억원에서 2021년말 18조6000억원, 2022년 20조원, 2023년 20조2000억원, 지난해말 21조7000억원, 올해 3월말 22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3개월 만에 5000억원이 증가했다. 반면 중형사는 지난해말 2조4000억원에서 올해 3월말 2조5000억원으로 1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소형사는 변동이 없었다.

5000만원 초과예금 증가는 개인 예금이 늘어난 결과다. 전년말 대비 개인예금이 6000억원 증가한 반면, 법인과 금융회사 등의 5000만원 초과예금은 각각 300억원 감소, 1000억원 증가했다.

저축은행의 총예금은 올해 3월말 99조6000억원으로 전년말(102조2000억원) 대비 2조6000억원 감소했다. 부보예금(예금자보호법에 의해 보호되는 예금)은 올해 3월말 93조9000억원으로 전년말(95조9000억원) 대비 1조97000억원 줄었다. 저축은행의 총수신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와 달리 5000만원 초과예금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퇴직연금 편입 예금이 큰 폭으로 줄었다. 3월말 기준 저축은행 79개사 중 32개사에서 21조2000억원 규모의 퇴직연금 편입예금을 운용 중이다. 2023년말 27조원에서 지난해말 22조9000억원으로 줄었고 올해 3월 21조2000억원으로 연말 대비 1조7000억원 감소했다.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편입 예금의 경우 ‘퇴직연금감독규정’에 따라 신용평가등급이 투자적격 (BBB-) 이상 등 요건을 갖춘 저축은행에 한해 취급 가능하다. 국내 3대 신평사는 부동산PF 부실 등의 사유로 일부 저축은행의 신용등급 및 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 등이 퇴직연금 편입 예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 선임조사역은 “최근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편입 예금 감소 추세는 보수적인 영업 전략과 더불어 신용도 하락에 대한 우려 및 디폴트옵션 제도 시행으로 인한 제도적 제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러한 추세가 향후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저축은행의 수신 전략 전반에 점진적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말 기준 저축은행 개인예금의 연령별 비중은 50대가 25.0%로 가장 높고, 70대 이상(21.0%), 60대(20.4%) 순으로 나타났다. 중장년층에 집중된 것이다. 20대는 3.6%, 19세 이하는 0.3%에 그쳤다. 인당 1개 저축은행의 평균 예금 금액은 70대 이상이 241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개인예금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서울지역이 40%로 가장 높고 경기·인천(34.2%), 부산·울산·경남(10.8%)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이 74.2%로 집중돼 있다.

현 선임조사역은 “저축은행업권은 최근 급격한 자산건전성 악화, 적자 지속 등 큰 진통을 겪었으며, 여·수신 규모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며 “업권 내 자산 규모 및 수익성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어, 취약한 일부 저축은행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근 신용평가사들도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따른 저축은행업권 내 양극화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예금보호한도 상향은 일부 중소형 저축은행에 오히려 예금 이탈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과거에는 분산예치 전략에 따라 일정 금액이 중소형사에도 유입되었으나, 제도 변경 이후에는 보다 높은 신뢰도와 브랜드 인지도를 가진 금융회사로 예금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자산건전성과 디지털 채널 경쟁력 등에서 열위에 있는 중소형사는 신규 유입 부진뿐만 아니라 기존 예금의 이탈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영업점을 방문한 자리에서 “예금보호한도 1억원 시행으로 예금자의 소중한 재산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고 분산 예치에 따른 불편이 줄어들 뿐 아니라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권 부위원장은 “정부는 자금의 물줄기가 ‘성장의 밭’으로 흐를 수 있도록 거대한 수로를 설계하겠다”며 “금융회사들도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위해 혁신기업과 미래 성장산업에 물줄기가 뻗칠 수 있도록 생산적 금융의 ‘핵심 플레이어’가 돼 달라”고 말했다. 예금자보호한도가 올라간 만큼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생산적 금융’에 금융권이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화답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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