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강세장, 9월에 꺾이나

2025-09-01 13:00:10 게재

FOMC 전 마지막 인플레 지표 주목 … 변동성 지표 VIX는 최저치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근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증시가 여름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9월 들어서는 분기점에 섰다는 경계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향후 14거래일이 증시의 방향을 가를 것이라며, 고용보고서와 소비자물가지수(CPI),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이 연속적으로 예정돼 있어 투자자들이 관망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지표와 정책 이벤트가 몰린 ‘데이터 구간’이 시작된 셈이다.

일정도 빽빽하다. 9일에는 노동통계국(BLS)의 고용 통계 수정치가 나오고, 11일에는 CPI, 17일에는 FOMC가 열린다. 이틀 뒤에는 대량 옵션 만기일(트리플 위칭)이 겹친다. 9월 자체가 계절적으로 약한 구간인 데다, 연속 이벤트가 단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변동성 지표는 아직 잠잠하다. 변동성지수(VIX)는 14~16선의 낮은 범위에서 등락했고, 6월 말 이후 20을 넘은 적이 거의 없다. S&P500은 8월 28일 장중 사상 최고치를 다시 찍었고, 91거래일 연속으로 일중 2% 넘는 급락을 피했다.

지난 30년 평균으로는 9월 수익률이 –0.7%였고, 최근 5년 중 4년이 하락 마감이었다는 통계도 경계심을 자극한다.

평온한 표면 아래에서는 베팅이 한쪽으로 쏠린 조짐도 보인다. 헤지펀드와 큰 손들이 VIX를 공매도하는 포지션을 크게 늘렸고, 옵션시장에서 고용보고서 발표 당일 S&P500 변동 폭을 약 0.85%로만 예상하고 있어, 시장이 이벤트 위험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충격이 발생하면 예상보다 훨씬 큰 변동성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경고다.

밸류에이션도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S&P500의 12개월 선행 PER는 약 22배로, 닷컴 버블 정점과 팬데믹 직후의 낙관 국면을 제외하면 드문 고평가 구간이다. 상승이 이어질수록 ‘너무 비싸다’는 반론이 커지고, 이는 작은 악재에도 가격이 흔들릴 수 있는 취약성으로 이어진다.

경제는 견조하지만, 그만큼 연준의 완화 전환이 늦춰질 수 있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는 “나는 이번 주에 랠리가 곧 멈출 것이라고 본다”라며 “만약 CPI가 높게 나오고 고용보고서가 강하면, 트레이더들은 금리 인하가 반드시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갑자기 결론낼 수 있다. 그럴 경우 단기 매도세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경제는 여전히 강하기 때문에 주식은 곧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 위험 신호에도 불구하고, 골드만삭스 헤지펀드 담당 책임자 토니 파스콰리엘로는 기본 전략으로 ‘상승 포지션 유지+저비용 헤지’를 제시했다. 그는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9~10월에는 전술적 위험과 수익의 상쇄관계가 더 까다로워진다”고 평가하며 “상승 포지션은 유지하되 헤지를 두라”고 권고했다.

구체적으로는 S&P500을 보유하면서 만기 1개월짜리 ATM(행사 가격이 현재가와 같은 수준) 풋옵션을 함께 매수해 하방을 방어하는 구조다. 옵션 프리미엄이 낮을 때는 방어 비용이 약 1%대에 그쳐 부담이 작다는 설명이다.

골드만이 이렇게 조언하는 배경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스프레드(회사채 금리와 국채 금리의 차이)가 1998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금융 여건이 완화돼 있다는 점이다. 둘째, 미국 기업의 이익 증가율이 비미국 대비 우월해 주가의 기초 체력이 강하다는 점이다. 반면, 시장이 연준 금리 인하 속도를 지나치게 앞당겨 반영하고 있다면서 주의를 권했다.

결론적으로 9월은 경제 지표와 금리 결정이 증시 방향성을 결정 짓는 시기이다. 블룸버그는 단기 조정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고 하나, 골드만의 조언대로 상승장 인식을 유지하면서 값싼 헤지로 하방을 막는 접근이 대안으로 부상했다. 상승 구간을 통째로 포기하기보다, 예상 밖 충격에 대비한 ‘보험료’를 선지급하는 식의 위험관리라는 점에서다.

결국 투자자들이 중대한 판단이 필요한 시기이며, 9월의 변동성이 어떤 방향으로 분출될지가 월가의 초미 관심사가 되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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