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AI칩으로 엔비디아에 반격
H20 대체 자국 칩 개발
뉴욕서 주가 12% 급등
중국 증시가 하반기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CSI300 지수는 7월 이후 14% 이상 올랐고 거래량도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중국 기업들이 엔비디아를 대체할 자체 반도체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최대 클라우드 기업 알리바바는 최근 범용성이 높은 인공지능(AI) 칩을 개발했다. 이 칩은 음성비서나 이미지 분석 같은 추론 작업에 적합하며, 엔비디아 칩과 호환돼 기존 프로그램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알리바바는 “AI와 클라우드가 전자상거래와 함께 회사의 성장 엔진”이라며, 향후 3년간 530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발표 직후 29일 뉴욕증시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12% 이상 급등했다.
미국 정부의 규제로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은 여전히 중국 수출이 금지돼 있다.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급 성능의 H20만 수출을 허용했지만, 중국 당국은 보안 우려를 이유로 기업들에 구매를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이 때문에 알리바바를 비롯한 토종 기업들은 자체 칩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 틈을 타 다른 기업들도 속속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상하이의 메타X는 메모리 용량을 늘린 H20 대체 칩을 내놨지만 전력 소모가 크다는 한계가 있다. 베이징의 캠브리콘은 ‘쓰위안 590’ 판매 급증으로 2분기 매출 2억47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캠브리콘 주가가 급등하자 회사 측이 직접 투자 과열을 경고했다.
화웨이는 정부의 자급 전략을 대표한다. 올해 공개한 슈퍼컴퓨팅 시스템은 어센드 칩 384개를 탑재해 일부 지표에서 엔비디아 최신 블랙웰 칩보다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런정페이 창업자는 “가장 진보된 기준에 필적하는 연산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칩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화웨이 칩은 엔비디아와 호환되지 않아 민간 기업들이 쉽게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알리바바 칩은 호환성을 내세워 시장 확장을 노리고 있다.
중국의 가장 큰 약점은 대규모 AI 모델 훈련이다. 추론에서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장시간 학습 과정에서는 발열과 오류 문제가 잦다.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84억달러 규모의 AI 투자 펀드를 조성하고, 반도체 장비 국산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장비 수출 규제로 생산능력 확대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민간 투자도 잇따른다. 알리바바 외에도 텐센트와 바이두가 칩 개발에 뛰어들었고, 다수의 스타트업이 엔비디아의 빈자리를 노리고 있다. 한 투자펀드 대표는 “중국 개발자들은 더 이상 미국 기업을 기다릴 수 없다”며 “국내 칩과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빠르게 격차를 좁히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증시 열기를 더욱 키우고 있다. 골드만삭스 중국 전략가 킹거 라우는 “중국 증시는 기본 펀더멘털보다 유동성에 힘입어 상승 중이며, 단기 조정 가능성에도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과열된 투자 심리가 정책 충격이나 자금 경색에 부딪힐 경우, 2015년과 같은 붕괴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