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공동체 노인복지관 선도

노인복지관, 소외-외로움 해결 앞장선다

2025-09-02 13:00:02 게재

소모임 활성화, 지역공동체에 큰 도움 … “통합돌봄 정착으로 의료-복지 격차 줄여야”

지역사회 노인종합복지관은 노인의 빈곤, 질병, 고독, 역할상실 등 문제 해결을 통해 노인의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고 그 질을 개선하는데 앞장서 왔다. 하지만 노인인구의 증가와 신노년과 후기노년 등 다변화, 인구소멸지역 등장으로 노인종합복지관은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경로당 활성화, 노인교실, 여가·문화공간 등 인식에서 가정봉사원 파견사업, 주간보호, 단기보호 사업이었다면, 코로나 19 이후에는 AI를 활용한 서비스활성화와 웰다잉 인식개선 및 문화 확산 운동이다. 더욱이 지역사회에 거주하고 있는 모든 노인들의 건강과 복지 증진과 내년에 전국에 시행되는 통합돌봄지원사업에도 적극 참여해야 할 상황이다. 노인종합복지관이 지역사회에서 노인의 건강과 복지 증진에 온전하게 기여하기 위해 노인과 복지관의 현황과 추구해야 할 바를 박노숙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회장에게 지난 8월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협회를 방문해 물었다.

노인인구 증가와 신-후기노년 등 노인층 다변화 그리고 인구소멸지역 등장은 노인종합복지관의 역할을 강화,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노숙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회장은 “우리나라 노인의 삶의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그리고 수년 안에 디지털헬스케어나 인공지능 기반한 복지서비스의 확산이 전망된다”면서 “노인의 건강과 행복을 더 높일 수 있는 따뜻한 지역사회 복지실천에 전국 복지관 종사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노숙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장(2020.6.~)은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졸업(2002)/가톨릭대 사회복지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석사 졸업(2006.2) /강남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수료/현) 목동어르신복지관 관장(2015.7.~)/현)보건복지부 제1기 사회서비스 품질관리 자문위원회 위원/현)웰다잉단체협의회/전) 보건복지부 국가치매관리위원회 위원/2014 보건복지부장관상(지역사회발전)/2018 서울시장상(사회복지기여)/2024 국민포장(노인복지기여) 사진 이의종

●지역별 필수서비스 인프라 격차에 대해

의료-요양-교육-복지 등 지역에 살아가기 위한 필수 인프라의 격차가 굉장히 심한 게 사실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눠보면 인구 편차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학교 인프라가 적고 일거리가 없는 등 악순환이 되고 있다. 노인종합복지관 또한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노인복지서비스의 양적 질적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등 국가균형발전이 중요한데 새정부에서 실효성 있는 국가균형 발전의 로드맵을 기대한다.

●노인 자살과 정신건강관리 필요한데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이 떨어지지 않고 있는데 노인복지를 오랫동안 해온 사회복지사로서 협회 회장으로서 굉장히 마음 아프다. 우리나라 노인에겐 빈곤 우울 질병 역할상실의 고통이 있다. 그중에서 소외와 외로움 문제가 크다고 본다.

현 노년세대는 절대적·상대적 빈곤을 다 겪으면서 살아왔다. 돈이 없어 ‘자살을 해야지’ 하는 것보다 부모 조부모와 유대관계에서 남아있는 추억의 따스함을 자녀·손자녀와 느끼지 못하는 서운함이 있다. 자녀·손자녀와의 차가워진 정서 즉, 가족 사이의 단절이다. 자식들이 바쁘니까, 손자녀는 공부를 해야 하니까 머리로는 이해를 하지만 소외감과 외로움이 우울증이 생기고 자살 충동으로 실제 자살을 하고 있다.

그래서 복지관에서 친구들끼리 동네 또래가 옆에서 밥이라도 한 끼 나누고 차라도 같이 마시면서 손잡아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망이 매우 중요하다. 우울척도가 높게 나오는 분은 특별한 프로그램, 외부지원 펀드를 통해 응급이나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마음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정신건강 보장을 위한 상담사는 있나.

수년 동안 복지관에 상담사 한 명씩을 배치해 달라고 보건복지부에 요청을 많이 하고 있다. 노인들도 원한다. 답답한 마음을 풀고 싶은데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복지관은 프로그램 운영에 매이다보니 소외된 어르신들을 챙기기가 쉽지 않다.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전문기관이 있지만 접근성이 낮고 노인 대상 특화 인력이 부족하다. 노인의 정신건강을 위한 초기 상담과 더불어 종합상담을 할 필요가 있다. 노인 학대, 우울, 자살 고위험군 등 위기노인 사례 관리가 필요하다.

●결식노인 문제는 해결이 됐나.

노인의 영양 개선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복지관에서 경로식당을 대부분 운영한다. 그런데 보건복지부 지침에 급식단가를 마련돼 있지 않아 지역별 편차가 심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자체별 결식노인 급식지원 단가는 2300원에서 5500원으로 책정돼 있다. 아동급식 단가를 9500원으로 권장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결식노인에 대한 지원은 매우 열악한 상태인 것이다. 균형잡힌 영양지원을 통해 결식노인의 영양 불균형을 해소하는 지원을 해야한다.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급식 최저단가를 결정하고 복지부 지침에 반영돼야 한다. 그리고 조리인력 배치기준 등도 명확하게 해야한다.

●생애말기 웰다잉 문화 확산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2005년 화장률이 15%였다. 2025년에는 85%다. 20년 사이 많이 바뀌었다. 웰다잉은 웰빙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 내가 생애 말기에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건지 나의 자산은 상속할 건지 사회 환원을 할 건지, 장례는 어떻게 할 것인지 많은 선택지가 있다. 보건복지부 내 국이나 과가 설치되고 인력과 예산을 세우면 국민과 노인복지계 인식에 불을 지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108개 지자체에 관련 조례가 있기는 한데 형식적이다. 지역민의 의견이 반영했다면 예산에 반영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음이 매우 안타깝다.

노인의 죽음교육은 죽음불안감을 낮추고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효과를 낸다. 웰다잉에 대한 인식 변화 및 자기결정권을 확산해야 한다. 웰다잉문화 확산을 통해 노년기 삶의 의미와 존엄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너무나 팍팍하고 외로움에 빠져 있다가 생애 마지막을 보내는 것은 슬픈 일이다. 웰다잉문화운동은 중장년부터 진행돼야 한다. 그래야 노년의 부모세대의 삶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자신의 노후도 긍정적으로 준비하는데 도움이 크게 된다.

●노인층 다변화 상황이 법제적으로는 잘 반영돼 있나.

베이비부머세대의 새로운 노년층 진입은 노인정책에 대한 다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한다. 현행 법령은 노인을 보호대상으로 간주한다. 주로 취약계층 노인을 대상으로 각종 복지정책을 추진하는 근거로 작용한다. 1인가구 증가와 저출생 등 요즘 사회변화를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노인의 존엄한 삶, 돌봄을 받을 권리, 사회참여와 자아실현 등 욕구에 어긋나지 않은 서비스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지역에서 가능하게 하는 복지관 인력을 현실화하고 사업규모를 세분화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

●노인 행복도를 높이려면

우리나라는 경제 수준이 높아졌지만 복지적으로 알차지 않다. 물질의 허상을 쫓아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을 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복지관은 플랫폼 역할을 지금까지 잘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플랫폼을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동네마다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동아리 소모임이 많다. 부러운 것 중 하나다. 1995년 고베지진 때 동네 소모임에서 물과 먹을 것, 이불을 나눠 주고 따뜻하게 도왔던 일을 잊을 수 없다. 선배시민 노인자원봉사가 지역사회에서 일본의 고베지역의 동아리처럼 지역사회를 보살피고 살리는 다양한 소모임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또 하나는 내년 통합돌봄이 시행돼 병약한 어르신들의 방문진료·간호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어르신들이 지역에서 안전하게 살다가 죽음 또한 집에서 온전하게 맞을 수 있도록 환경을 갖추길 기대한다. 그러려면 지역사회를 가장 잘 아는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용자의 서비스 만족도가 높은 정책으로 정착하길 바란다.

●복지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전통과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의 공존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노인복지의 역할과 기능이 코로나19로 현장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인공지능이 복지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디지털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복지서비스가 크게 늘었다. 새정부의 국정과제에도 AI를 활용한 돌봄, 여가문화 정책이 있어 전통적인 노인복지와 스마트노인복지에 대한 변화가 예측된다.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는 불확실성 시대에 여전히 전통적인 노인복지와 시대를 앞선 정책개발 등 다양한 노력으로 노인복지를 선도할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소중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곳, 사람의 향기를 만리까지 보내는 역할, 이것이 노인복지이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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