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푸틴, 중국서 ‘반미 연대’ 외교전
인도·튀르키예·이란과 회담
우크라전·이란 핵 등 논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극한 고립 상황에 처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에서 외교적으로 부활했다.
푸틴 대통령은 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도 튀르키예 이란 등 주요 회원국 정상들과 연쇄적으로 양자 회담을 가졌다. 이번 행보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핵문제 등 국제 현안을 중심으로 논의하며 미국과 서방의 견제에 맞선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일정의 첫 순서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났다. 모디 총리는 자신의 SNS인 엑스(X, 구 트위터)에 푸틴과 함께 차량에 동승한 사진을 게시하며 “그와의 대화는 항상 통찰력을 준다”고 평가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모디를 “친애하는 친구”로 칭하며 양국 관계가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 등을 논의했다.
모디 총리는 “인도와 러시아의 긴밀한 협력은 양국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안보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인도의 원유 수입 문제로 제재성 발언과 관세 압박을 이어가자 양국 정상은 보란 듯이 유대를 과시했다.
이후 푸틴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을 위한 정치적·외교적 노력에 크게 기여한 튀르키예 친구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푸틴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도 만났다. 이번 회담에는 러시아 외무·농업·교통·재무·에너지 등 핵심 부처 장관들이 대거 배석해 양국의 협력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이란이 최근 유럽 3개국(영국·프랑스·독일, E3)으로부터 ‘스냅백’(Snapback·제재 자동 복원)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푸틴은 “러시아와 이란은 이란 핵 프로그램을 포함한 국제 현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올해 1월 체결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의 이행을 직접 감독하고 있으며, 장애물 제거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푸틴은 베트남,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네팔의 지도자들과 회동하거나 대화를 나눴다.
푸틴 대통령은 2일에는 톈진에서 베이징으로 이동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크렘린궁의 유리 우샤코프 보좌관에 따르면 이번 중러 정상회담은 확대 회담, 소규모 회담, 공식 조찬, 비공개 회담 등 다양한 형식으로 진행되며 약 20건의 협정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