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은 선물값 최고치 경신
금 3546달러 … 은 41.7달러로 2.5%↑
금리인하 기대와 트럼프 연준 압박 영향
미국과 유럽발 정책 불확실성이 겹치며 국제 금과 은 가격이 동반 최고치를 기록했다. 1일(현지시간) 뉴욕선물거래소에서 금 선물 근월물은 온스당 3546.1달러에 마감해 전 거래일 대비 0.85% 올랐다. 장중 한때는 3557.1달러까지 치솟으며 지난 4월 이후 4개월여 만에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날 은 선물 가격도 온스당 41.73달러로 2.47% 뛰어 2011년 9월 이후 14년 만에 40달러 선을 돌파했다.
이 같은 금·은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두 가지 요인이 겹쳐 있다. 첫째, 단기적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졌다. 지난주 공개된 고용 지표가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시장은 연준이 9월에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연은의 메리 데일리 총재도 “정책금리 인하에 열려 있다”고 밝히며 금리 하락 기대를 뒷받침했다. 금리 인하는 이자를 발생시키지 않는 금·은 같은 자산의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둘째, 중장기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공격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경제학자 9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9%는 이번 갈등으로 이미 연준의 신뢰가 손상됐다고 평가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2026년 제롬 파월 의장 임기 종료 후 연준이 물가 안정보다 고용 확대와 정부 차입 비용 절감에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내다봤다. 한 응답자는 “연준은 정부의 꼭두각시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으며, 다수는 미국 통화정책의 앞날을 “재앙”, “혼란”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 제롬 파월 의장을 향해 “멍청이(numbskull)”라고 공개 비난했고, 8월에는 리사 쿡 연준 이사를 전격 해임하려 했다. 쿡 이사는 법적 대응으로 맞서며 연준 독립성을 지키려 하고 있으나, 이 과정은 이미 중앙은행 권위에 큰 타격을 주었다. FT 조사 응답자의 42%는 연준 독립성 약화가 강력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고, 35%는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자 신뢰 상실을 가장 큰 위험으로 꼽았다. 오직 1명만이 “의미 있는 위험이 아니다”라고 답해 전문가들 사이에 광범위한 위기의식이 퍼져 있음을 보여줬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단기 금리 인하 기대와 장기 인플레이션 불안이 동시에 작용하며 달러를 약세로 몰고, 금과 은의 매력을 키운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로 블룸버그 달러지수는 보합세에 머물렀지만, 안전자산 선호가 귀금속 쪽으로 집중되면서 금과 은 가격이 동반 상승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관세가 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았음에도 유지되는 등 정책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점도 귀금속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결국 이번 금·은 가격 상승은 금리 인하 기대, 그리고 연준 독립성 훼손 가능성이 맞물린 결과다. 블룸버그는 “독립성이 약화된 통화당국에 대한 우려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이는 금 같은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