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임금 정체…숙련공 떠난다
현장 60% 이상 “숙련공 부족” … 건설협회, 하반기 적용 기준 일당 27만6011원
건설업종의 일자리 감소와 임금상승률 정체로 숙련공이 떠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건설현장에서 내국인 숙련공이 많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35.1%, 약간 부족하다는 응답도 26.5%를 차지했다. 전체 건설현장 60% 이상이 내국인 숙련공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숙련공이 떠나면서 건설업 임금인상도 정체되고 있다. 2일 대한건설협회 ‘2025년 하반기 적용 건설업 임금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132개 건설직종의 하루 평균임금은 27만6011원으로 상반기 대비 1.02% 올랐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상반기 전체 실질임금 상승률 1.5%보다 낮은 것으로 건설업종의 위기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직종 수가 가장 많은 91개 일반공사직종 평균 임금은 26만7306원으로 상반기보다 1.15%, 전년대비 2.00% 올랐다.
평균 임금이 가장 높은 광전자직종(3개)은 43만4567원으로 상반기 대비 1.06% 상승했지만 지난해(1.76%)와 비교하면 임금 상승률이 떨어졌다.
건설업 임금실태조사 통계는 5월 전국 2000개 공사현장을 대상으로 건설근로자 임금을 조사·집계했다. 건설업계는 9월부터 이번 임금실태조사 결과를 건설공사 원가계산에 반영할 수 있다.
건설업종 임금 인상률 정체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건설업은 전년동기대비 15만4000개가 감소하며 역대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건설업 임금근로 일자리는 2023년 4분기부터 6분기 연속 감소했다.
특히 2030세대 등 청년층의 건설 일자리가 가장 많이 감소했다. 20대 임금근로자 일자리는 도소매(-2만4000개), 건설업(-2만4000개), 정보통신(-2만1000개) 등에서 감소폭이 컸다. 건설업에서 2030세대의 일자리가 가장 많이 줄었다.
그만큼 청년층이 빠져나간 건설인력은 점차 고령화되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건설기능인력 평균 연령은 2015년 48.9세에서 2024년 51.0세로 높아졌다. 7월 기준 건설기능인력 중 50대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이상 비중은 83.6%로 전체 산업 종사자 평균(68.4%) 보다 15.2%p 높았다. 40대 이상 건설기능인력 취업자 수는 110만5000명이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건설현장에 가면 40대가 막내로 잔무를 하고 있다”며 “안전지침 등을 연령별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6월 한달 동안 건설업 신규 채용은 25만명으로 전년동월 대비 13.0%(3만7000명)나 줄었다. 이는 전 산업 중 가장 큰 감소 폭이었다.
건설 일자리에서 청년층이 빠져 나간 자리는 빠르게 외국인 노동자가 채워가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 현장에서 일한 외국인 근로자는 22만9541명으로 전체 건설업 근로자 가운데 14.7%를 차지했다. 2020년 11.8%에서 2021년 12.2%, 2022년 12.7%, 2023년 14.2%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실제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 비율은 더 높다. 부천시의회 의원연구단체 ‘노동존중 의원모임’이 부천지역 건설현장 고용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골조공사 현장 외국인 비율은 86.7%에 달했고, 이 중 65.8%가 불법고용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설업의 숙련공 부족은 생산성을 저해하는 근본 원인”이라며 “내국인 숙련공이 부족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숙련공의 도입을 확대하는 비자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