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코드 활성화 ‘당근과 채찍’ 필요"
주기적 이행 점검과
퇴출 조치 단행해야
주주제안 요건 완화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기관투자자들의 주주 관여 활동을 확대해 책임투자를 강화하기 위한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 원칙)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를 수행할 기관투자자에게 당근과 채찍을 쥐어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관투자자들이 제대로 코드를 이행하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잘하는 곳엔 인센티브를, 불성실할 경우엔 제재와 퇴출 조치까지 단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 스튜어드십코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주제안 요건 완화와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등 제도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거수기 노릇에 머물러 = 2일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현재 한국스튜어드십코드에 가입한 기관투자자와 투자자문사들은 총 247곳에 달한다. 하지만 여전히 기관투자자들이 주주총회에서 거수기 노릇을 한다는 지적은 잇따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스튜어드십코드에 가입한 운용사 4곳 중 1곳이 의결권 행사 및 불행사 사유를 불성실하게 기재했다. 또 스튜어드십코드에 참여한 자산운용사 중 21%는 의결권 행사의 근거가 되는 세부지침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은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코드 이행에 대한 사후 점검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를 성실히 이행하려면 발생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아예 무관심으로 일관한다고 꼬집었다.
이 부사장은 전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관,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경제개혁연구소 주최로 열린 ‘스튜어드십코드 개선 및 이행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좌담회’에서 “스튜어드십코드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순 의결권 공시를 넘어 기관투자자의 투자대상회사에 대한 적극적인 점검 활동, 적극적인 주주활동 보고서 작성이 필요하다”며 “영국·일본 사례처럼 주기적인 이행 점검과 퇴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기관투자자의 합리적 무관심을 합리적 관심으로 돌리기 위해선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며 “우수 이행기관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부실이행기관에 대해 정정 명령 또는 탈퇴 조치 등 패널티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년 기관을 무작위로 선정해 심흐 이행점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 경우 참여 기관들에 대한 감시 압력이 발생해 전반적인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일본 매년 관리 감독 =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영국과 일본 사례를 들어 관리, 감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영국의 경우 1년간 수탁자책임 활동을 이행한 후 재무보고위원회(FRC)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가입 이후에도 기관은 이행 보고서를 매년 제출해야 하며, 코드가 개정되면 새롭게 가입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영국은 FRC가 매년 기관의 보고서를 심사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스튜어드십 활동이 확인된 경우에만 공식 서명기관으로 인정하며, 다수의 개정을 통해 코드의 실효성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올해 6월에도 ‘2026년 스튜어드십코드’ 개정을 마련해 수탁자 책임의 본질을 재확인하고, 장기적 가치 창출이라는 핵심 원칙에 더욱 충실하도록 내용을 명확화했다.
일본 역시 금융청에서 스튜어드십코드 가입 기관을 관리하고 있으며, 금융청 홈페이지를 통해 분기별로 가입 기관을 공표한다. 이행 점검은 일본 공적연금(GPIF)이 맡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에 가입한 기관들은 GPIF에 이행보고서를 제출하고, GPIF는 이를 위탁 기관 평가시 중요 지표로 활용한다.
황 연구위원은 “스튜어드십코드가 자산을 위탁한 자들에게 충실한 책임을 이행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공적 기관의 점검 필요성을 논의해야 한다”며 “만일 우리나라도 재정기관이 점검을 하게 된다면 이해상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이행점검이 형식에만 그치지 않도록 기준들이 체계적으로 마련돼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연금의 자체 평가에 대해서도 “국민연금이 수탁기관을 평가할 때 스튜어드십코드 이행노력에 대해 가산점을 주고 있는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와 실효성을 높일 필요성은 없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주제안 문턱 너무 높아 = 우리나라에서는 주주제안 문턱이 너무 높다는 지적과 함게 주주제안 범위 확대와 주주제안 요건 완화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기관투자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자체가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노종화 경제개혁연구소 변호사는 “삼성전자에 주주제안을 하려면 (시가총액 400조원 기준) 2조원을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하는데 누가 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현재 우리나라 상장사에 주주제안을 하려면 1% 이상 지분을 6개월간 보유해야 한다.
반면 해외에서 요구하는 지분 기준은 훨씬 낮다. 미국에선 2000달러(약 278만원) 지분을 3년 이상 보유하거나, 2만5000달러(3484만원) 지분을 1년 이상 보유해도 주주제안이 가능하다. 이에 노 변호사는 “국민연금이 관여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도록 하려면 미국과 같이 주주제안 범위에 원식적으로 제한이 없으면서 이사회 및 경영진의 재량을 존중하는 권고적 주주제안을 도입해야 한다”며 “이는 관여 활동에 적극적인 기관투자자의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 유인을 증가시키는 지름길이며 스튜어드십코드 활성화는 물론, 국내 기업 밸류업을 위해서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