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매관매직’의혹 수사 본격화
‘반클리프 목걸이’ 서희건설 회장·사위 동시소환
‘금거북이’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도 소환 방침
‘집사게이트’ IMS·운용사 대표 등 구속영장 심사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 여사에게 인사 청탁과 함께 고가의 귀금속을 건넨 의혹을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그의 맏사위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2일 나란히 소환해 주목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개입, 건진법사·통일교 청탁 등 혐의로 김 여사를 구속기소한 데 이어 ‘매관매직’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건희 특검팀은 이날 오전 이 회장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앞서 지난달 11일 자신의 사위가 공직에서 일할 기회를 달라는 인사 청탁과 함께 고가의 선물을 김 여사에게 건넸다는 내용의 자수서를 특검에 제출한 바 있다. 자수서에는 이 회장이 20대 대선 직후인 2022년 3월 김 여사를 만나 6000만원 상당의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를 전달하고, 한달 뒤인 4월에는 3000만원 상당의 ‘티파니’ 브로치와 2000만원 상당의 ‘그라프’ 귀걸이도 건넸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이 회장의 맏사위인 검사 출신 박 전 실장은 같은 해 6월 윤석열 전 대통령측 추천으로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의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박 전 실장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8일 반클리프앤아펠 매장을 압수수색해 서희건설 관계자가 해당 목걸이를 구매한 이력을 확인하고 사흘 뒤 서희건설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이어왔다.
특검팀은 이 회장과 박 전 실장을 상대로 김 여사에게 인사 청탁과 함께 고가의 선물을 전달한 경위 등을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임명과정에서 김 여사에게 금거북이를 전달한 의혹을 받는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도 조만간 소환할 방침이다.
김형근 특검보는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아직 소환조율이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필요한 부분을 좀 더 확인한 후에 소환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특검팀은 김 여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금거북이와 함께 이 위원장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쓴 것으로 보이는 편지를 발견했다.
의혹이 불거지자 이 위원장은 1일 입장문을 내고 “이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특검팀은 김 여사에게 고가의 시계를 선물한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씨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강제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서씨는 2022년 9월 5000만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김 여사로부터 윤 전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도와달라며 대통령실 홍보수석 자리를 제안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특검보는 “특검 수사의 본질은 선출되지도, 법에 의해 권한이 부여되지 않은 사인이 대통령실 자원을 이용해 사욕을 위해 대한민국 법치 시스템을 파괴한 의혹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라며 김 여사의 인사 전횡 의혹 규명 의지를 강조했다.
한편 이른바 ‘김건희 집사게이트’에 연루된 IMS모빌리티 조영탁 대표 등에 대한 구속 여부가 이르면 2일 결정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조 대표와 IMS모빌리티 모재용 경영지원실 이사,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 민경민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집사게이트’는 김 여사의 집사로 지목된 김예성씨가 설립에 참여하고 지분까지 보유한 렌터카업체 IMS모빌리티가 2023년 사모펀드 운용사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를 통해 카카오모빌리티, HS효성, 신한은행 등으로부터 184억원을 부당하게 투자받았다는 내용이다. 특검팀은 투자 당시 IMS가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였음에도 유수의 기업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은 배경에 김 여사와의 친분이 있다고 의심한다.
IMS가 유치한 184억원 중 46억원은 이노베스트코리아라는 벤처기업이 김씨로부터 양도받아 보유하던 IMS구주를 매입하는데 쓰였는데 김씨 배우자 정 모씨가 이 회사의 유일한 사내이사로 등재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실상 김씨가 소유한 회사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조 대표와 민 대표는 투자 유치와 구주 매입 등 과정에서 각각 32억원의 배임 행위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 대표에게는 35억원 횡령, 외부감사법 위반, 증거은닉 교사 혐의도 적용됐다. 모 이사는 특검팀의 압수수색 직전 PC 등을 치우려하는 등 증거를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집사’ 김씨는 48억원의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이미 지난달 29일 구속 기소됐다.
특검은 조 대표 등의 신병이 확보되면 부당한 투자 유치 의혹과 관련한 김씨의 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IMS모빌리티에 투자한 기업들을 상대로 한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