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유혹’ 불법대출광고 급증
박상혁 의원, 5년새 4배로 … 휴대전화 소액결제·신용카드 현금화 등
청소년 등 금융취약계층을 상대로 휴대전화나 신용카드를 이용해 결제한 후 수수료를 떼고 현금으로 돌려주겠다며 불법대출을 유도하는 광고가 최근 5년새 4배로 급증했다. 불법대출업자들은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광고하며 기존 금융사와 유사한 명칭으로 소비자들을 현혹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상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감원이 인터넷 게시글 삭제 등 조치를 한 휴대전화 소액결제 현금화 불법금융광고는 2423건에 달했다. 지난해 총 조치 건수가 4082건이었는데, 이런 추세라면 전년에 비해 2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 월평균 조치 건수는 약 400건으로, 2020년 전체 월평균(약 100건)에 비해 4배 급증했다.
휴대전화 소액결제 현금화를 이용한 불법사금융은 주로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의 통신사 휴대전화의 한도를 이용하는 수법이다. 이용자가 소액결제를 이용해 상품권 등을 구매해 불법업체에 넘겨주면 업체가 수수료를 제외한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수수료가 적게는 10~20%, 많게는 30~50% 수준이다. 소액결제 이용금을 본인이 직접 변제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고금리 불법대출이다.
◆저신용자 집중 공략 = 최근에는 게임 아이템이나 유료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아 거래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불법업체들은 소액결제나 정보이용료 콘텐츠 결제로 각각 1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휴대전화 소액결제는 미성년자들도 쉽게 접근이 가능해서 금융 지식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불법대출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이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불법사금융 광고는 대출이라는 말 대신 ‘상품권 구매대행’ ‘결제대행’ 등으로 포장해 저신용자들의 이용을 유도하고 있다.
휴대전화 소액결제와 유사하게 누구나 소액으로 접근이 가능한 신용카드 현금화 불법금융광고 조치 역시 2020년 대비 월 평균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신용카드 현금화는 카드로 상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결제하면 결제액의 16~25%를 수수료로 공제한 뒤 나머지 금액만 입금해주는 수법이다.
올해 상반기 조치 건수는 1879건이다. 신용카드 현금화 불법금융광고는 2023년에는 3728건으로 전년 대비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4763건으로 늘었다가 올해 들어선 다소 주춤하다.
통장· 카드 등 금융 정보를 불법 업자에게 넘겨 대출받게 하는 통장매매는 지난 2020년 연간 534건에서 지난해 289건, 올해 상반기 99건으로 줄었다. 작업대출 방식의 불법금융광고 조치 건수는 2020년 1178건에서 지난해 430건으로 줄었다가 올해 상반기엔 522건에 달했다.
박 의원은 “불법사금융의 양상이 통장매매 등에서 휴대전화 소액결제, 신용카드 현금화 등 금융취약계층이 손쉽게 이용 가능한 수단으로 옮겨가고 있어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액결제 현금화 공식등록업체’ 가짜 명칭 사용 = 경찰 등에 따르면 이런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데는 경기불황이 장기화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불법 소액대출이라도 받아야 하는 신용불량자 등이 증가한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범죄자들이 이들의 약점을 교묘히 파고 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액결제 현금화 공식등록업체’ 등의 허위 과장 설명을 담은 동영상 광고를 구독자 수십만명의 유튜브 채널에 올려 놓고 돈이 급한 사람들을 모아 ‘카드깡’을 해주고 50억원대의 부당수익을 올린 일당이 지난해 경찰에 붙잡혔다.
일당은 부산 해운대구에 사무실을 두고 유튜브 대출 광고 동영상을 보고 연락한 이들에게 허위 가맹점에서 컴퓨터·건강식품·골프채 등을 산 것처럼 카드 결제를 하게 한 뒤 결제액의 16~25%를 수수료로 떼가는 수법으로 55억2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특히 일당은 광고 효과를 높이려고 구독자 70만명인 유튜브 계정 등 9개의 계정을 확보해 동영상 허위 광고를 노출시키는 데 1억원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일당은 2년 동안 총 1만5000여 차례의 카드깡을 해 허위 결제한 금액이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은 구독자 수가 많은 유튜브 채널의 검색 노출이 최상위로 되는 것을 이용, 금융권 대출이 쉽지 않은 신용불량자 등을 끌어들였다. 심지어 ‘소액결제 현금화 공식등록업체’란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소액대출 미끼로 휴대폰 사들여 범죄에 이용 = 한발 더 나아가 소액 대출을 미끼로 고가의 최신 휴대전화를 개통하게 한 뒤 이를 국내외로 불법 유통해온 조직들도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휴대폰깡’ 조직 2곳의 18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검거하고 총책 A씨 등 3명을 구속 송치했다.
‘폰테크’라고도 불리는 휴대폰깡은 대출 희망자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단말기를 사들이는 식으로 돈을 지급하는 불법 사금융이다.
이들은 경북 구미·대전 등에 대부업체 53개, 텔레마케팅 사무실 12개를 차리고 인터넷 광고 등으로 소액대출 희망자를 모집했다. 160만~210만원에 달하는 휴대전화 한 대당 60만~80만원을 주는 조건이었다.
이후 피해자들은 이동통신사와 약정을 맺은 2~3년간 단말기 할부금, 요금제 수백만원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했고 결국 요금 미납과 신용도 하락 등의 상황에 빠졌다.
2019년부터 시작된 범행의 피해자는 1057명이며, 개통된 단말기는 1486대에 달한다. 범행 과정에서 이동통신사 전산망에 접속해 피해자의 개통 가능 대수 등을 파악해준 휴대전화 통신사 조회업자들도 함께 붙잡혔다.
개통된 휴대전화는 장물업자를 통해 국내외로 불법 유통됐다. 일부 단말기와 유심은 피싱 범죄, 도박, 투자리딩 사기 등 범죄조직으로 흘러들어갔으며, 실제 범행에 악용돼 77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사례도 확인됐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