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집권, 미국 1930년대식 권위주의로”
레이 달리오 WSJ 인터뷰
빈부격차 커 포퓰리즘 확산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 레이 달리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아래 미국이 1930년대식 권위주의 정치로 기울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월가 투자자들이 대통령의 보복을 두려워해 공개 비판을 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달리오는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 ‘부의 격차’, ‘가치관의 격차’, 신뢰 붕괴가 갈수록 극단적 정책을 낳고 있다며 “지금 상황은 1930~40년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일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 기업 인텔 지분 10% 인수를 두고는 “금융·경제를 장악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강한 권위적 리더십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달리오는 브리지워터를 1500억달러 규모로 키운 대표적 매크로 투자자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를 해임하고 최측근을 지명한 직후, 연준 독립성 훼손 가능성을 경고했다. 정치적으로 약화된 연준이 금리 인하 압력에 굴복하면 “화폐 가치 방어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달러 자산 매력이 떨어지고 결국 세계 통화질서가 흔들릴 것”이라고 했다. 이미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에서 금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미국의 재정적자와 부채 급증이 심각하다며 “새 예산안의 과도한 지출은 3년 안팎, 길어도 5년 이내 부채발 심장마비를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연간 7조달러를 쓰면서 세수는 5조달러에 불과해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데, 투자자들이 더 이상 국채를 안전자산으로 보지 않고 부채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경제 모델을 직접 ‘권위주의’라 규정하진 않았지만 “정부가 중앙은행과 기업의 역할을 직접 장악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역사적으로 부와 가치의 격차가 커지면 좌우 포퓰리즘이 확산되고, 민주적 절차로 해결 불가능한 갈등이 생긴다”며 “이때 국민 다수는 지도자가 시스템을 장악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길 원하고, 그 결과 권위적 리더십이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