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종식’ 앞세운 여당 속전속결…국민의힘 속수무책
3대 특검법·정부조직법 고강도 속도전
야당 몫 인권위원·법사위 간사 선출 ‘패스’
인사청문회·내란특별재판부·정당법 개정
이재명정부 출범 후 첫 정기국회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파상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넘어 야권과 전 정부 인사를 겨냥한 3대 특검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흡사 ‘사정 정국’을 방불케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반발하고 있지만 ‘내란 종식’을 앞세운 여당의 고강도 속도전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국회 법사위는 2일 법안심사소위에서 3대(내란·채상병·순직해병) 특별검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특검 판단에 따라 수사기간을 30일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고, 내란 사건의 1심 재판 중계 등을 골자로 한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2일 오후 “3대 특검법 개정안을 소위에서 통과시켰고, 가능한 이달 4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란 재판 중계 의무화와 관련해선 “현재 지귀연 판사가 진행하는 재판이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 공정하게 재판하는지,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 정도로 투명하게 재판하는지 아무도 확답하지 못 하고 아무도 검증하지 못 한다”고 설명했다. 내란 재판의 신뢰성 높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는 것이다.
앞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야당 간사 선임을 놓고 여야가 충돌했다.
지난 2019년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나 의원이 사법부를 피감기관으로 두는 법사위 간사를 맡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나 의원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민주당은 ‘내란 종식’ 카드를 꺼내며 간사 선출 안건을 올리지 않았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내란 앞잡이에 준하는 나 의원이 어떻게 법사위 간사냐”며 “간사를 하고 싶다면 내란 혐의에 대해 자수하고 어떻게 내란 모의를 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지난 8월 27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비상임위원 선출안을 부결시켰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인사가 ‘반민권·반민주적 내란 옹호세력’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국민의힘이 “국회 관례를 깬 여당의 폭주”라며 상임위 보이콧 등으로 맞섰지만 여당의 강경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내란 청산 기조는 교육부총리 인사청문회에서도 등장했다. 2일 열린 최교진 교육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후보자의 정치적 편향성과 이념 등에 대한 질의를 반복하자 민주당이 청문위원이 “내란을 옹호한 정당은 그런 질의를 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충돌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최 후보자가 과거 북한 방문을 자주 했었던 점을 공격하자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정권은 냉전 시기 군부 통치의 모습을 통치 이데올로기로 삼고 내란까지 한 것”이라고며 “내란에 대해 옹호한 사람들이 과거 온몸으로 저항했던 최 후보자에게 그런 질의를 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대선불복 불법 현수막 방지법’도 같은 선상이다. 민주당 ‘대선 불복 현수막 대응 태스크포스(TF)’ 소속인 채현일 의원은 2일 허위 사실이 포함된 불법 정당 현수막을 원천 차단하는 내용의 ‘대선불복 불법 현수막 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국회에 소속 의원을 두고 있거나 직전 대통령 선거 등에서 전국 유효 투표수의 1% 이상을 득표한 정당 등 최소한의 대표성을 가진 정당에 한해서 정당 현수막을 게시하도록 했다. 현수막에는 허위사실 유포나 혐오 표현, 명예훼손 등의 표시도 제한된다. 내란을 옹호하고 정부여당을 비난하는 정당의 현수막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취지다. 채 의원은 “정당 현수막이 국민을 위한 소통 수단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도구로 악용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가 ‘내란특별재판부’ 신설도 염두에 두고 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란특별재판부가 필요하다”면서 추진 의사를 밝혔다. 전날까지 ‘논의하거나 논의 계획이 없다’고 했던 당의 공식입장을 번복한 셈이다. 김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 내란재판을 맡고 있는 지귀연 판사의 행태와 한덕수 전 총리 구속영장 기각 등을 들면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진다는 점을 들었다. 김 원내대표는 “과거 세월호특별재판부나 사법농단특별재판부를 추진한 적도 있다”면서 “사법부가 단초를 제공한 상황에서 내란재판부가 필요한지 판단을 하고 이후 위헌 여부를 가린 후 집중적으로 논의해 추진하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