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 키운 기업, 주민과 결실 나눈다

2025-09-03 13:00:03 게재

광진구 ‘경제허브센터’ 기업들 선순환

튀김로봇 기증하고 근골격검진기 공유

“튀김을 하다가 깜빡 잊고 돌아서면 새까맣게 타 있고 그래요. 다른 일도 해야 하니까 일손이 더 필요하죠. 요새는 시간을 맞춰두니까 색이 예쁘고 먹음직스럽게 나와요.”

서울 광진구 구의동 광진경제허브센터 도약관. 군자동에서 횟집을 하는 김인순 대표는 “지금은 오징어 새우만 하고 있는데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감자튀김도 추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제허브센터에 둥지를 튼 우수 기업이 기증한 ‘튀김로봇’ 덕분에 일이 한결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3일 광진구에 따르면 광진경제허브센터는 우수한 초기기업을 조기에 발굴해 육성하는 공간이다. 첨단 장비와 편의시설을 갖추고 창업 자문부터 우수자원 유치, 역량강화와 홍보 등 성공적인 창업과 성장을 지원한다. 현재 57개 기업이 입주해 있는데 구 지원으로 성장해 가면서 지역사회와 결실을 나누는 곳이 늘고 있다.

김경호 구청장이 튀김로봇 전달식에서 기기를 가동해 감자튀김을 만들어보고 있다. 사진 광진구 제공

지역 음식점에 튀김로봇을 기증한 헬퍼로보틱스가 그 중 한곳이다. 주방용 로봇과 다중제어 장치를 개발하는 업체인데 지난 2022년 입주한 뒤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특허 11건, 고용 9건, 매출 12억9000만원 실적을 올렸다.

경제허브센터 내 실험공간과 촬영공간 강의실까지 고르게 활용해 온 기업은 지역사회 기여 방안을 찾다가 튀김로봇 기증을 택했다. 기름 온도와 튀기는 시간을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고 다양한 재료를 조리할 수 있는 기기다. 시중가 880만원, 월 대여료 18만원 상당인데 무상으로 내놨다. 광진구상공회에서 희망 음식점을 물색해 선정했다. 최재원 헬퍼로보틱스 대표는 “당초부터 소규모 자영업자 노동강도를 낮추고 매출 안정화와 생존율 향상을 위해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며 “초기 사용이 어려운 로봇을 선뜻 주방에 들여놓은 지역 음식점에서 오히려 회사에 기회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센터 도움으로 성장한 만큼 기회가 된다면 추가 기증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기증식이 열린 지난 8월 28일 에스와이엠헬스케어가 경제허브센터를 방문하는 주민들과 근골격계 검진기를 공유하겠다고 선언했다. 전신사진을 찍어 자세 불균형과 근골격계 상태를 정밀 진단한 뒤 맞춤 운동과 재활방법을 알려주는 기기다. 이미 지난 7월 설치해 도약관을 찾는 주민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중가로 따지면 2000만원 상당이다. 안정훈 대표는 “병원에 납품하는 제품 기능을 간소화 했다”며 “광진에서 받은 것을 주민들에게 환원하는 건 기업 가치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들 체형 검진과 노년층 낙상 예방에도 활용할 수 있다”며 “광진구와 협업해 사각지대를 위한 디지털 재활치료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들뿐 아니다. 튀김로봇을 무상으로 사용하게 된 음식점 역시 13년째 노년층 주민들에게 점심 대접을 하고 있다. 처음 동주민센터에서 4명을 부탁했는데 지금은 30여명으로 규모가 커졌다. 지난 2021년 광진에 둥지를 튼 자동차 부품회사는 지난해 500만원을 쾌척한 데 이어 올해도 현금 기부를 검토하고 있다. 류희철 유원스틸산업 대표는 “대구에서 올라와 우연히 광진에 터를 잡았는데 만 4년만에 170억 매출을 달성했고 곧 충북 진천에 공장을 열게 된다”며 “좋은 곳에 쓰면 더 잘 돌아오는 만큼 지속적으로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지역 소상공인과 주민을 위한 기업의 협력이 지역 상생의 좋은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며 “광진경제허브센터를 중심으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우수 기술을 지역 현안을 풀어나가는데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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