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확대…글로벌 채권시장 불안↑

2025-09-03 13:00:03 게재

‘트럼프 상호 관세 위법’ 2심 판결에 재정 불안감 증폭

영, 30년물 금리 27년 만 … 프, 16년 만에 최고 수준

주요국의 재정 적자 확대 우려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의 장기물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글로벌 채권시장 불안이 커졌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정책이 위법이라는 2심 판결이 나오면서 재정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채권시장 변동성을 가중시켰다. 유럽 주요국도 재정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영국은 국채 30년물 금리가 1998년 이후 27년 만에 최고치로 오르고, 프랑스의 30년물 국채 금리도 16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일(현지시간) 채권시장에서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보다 8bp(1bp=0.01%포인트) 오른 4.99%로 5%선에 육박했다. 지난 7월 이후 1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기물 국채금리가 튀면서 주식 투자 심리도 냉각됐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6% 하락하고,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0.7%, 0.8% 떨어졌다.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서 엔비디아(-1.97%), 테슬라(-1.35%), 애플(-1.04%), 아마존(-1.60%) 등 주요 기술주들이 이날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2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이라는 항소심 결정이 나오면서 관세 관련 불확실성이 커진 게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의 심리 악화로 이어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정책이 위법인 것으로 최종적으로 확인될 경우 미국의 재정 부담을 키울 것이란 우려가 채권시장 불안을 키웠다. 이에 따른 관세 환급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재정 부담 확대 우려가 국채 금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도 재정 악화 우려에 이날 장기 국채 수익률이 각각 수년 만에 최고점을 돌파했다. 일본 또한 정치적 불안에 장기물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글로벌 채권시장 전반의 우려를 가중시켰다.

2일(현지시간) 영국 국채 30년물 금리가 1998년 이후 최고치로 오르고 파운드화 환율이 하루 만에 1% 넘게 하락했다. 이날 런던 금융시장에서 영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0.08%포인트 높은 5.72%까지 올랐다. 1998년 5월 이후 27년여 만에 최고치다. 경제 성장률 둔화,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률, 공공재정 압박 등 영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매도세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잉글랜드은행(BOE)의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하 관측도 점점 줄고 있다. 정치적 불안을 겪고 있는 프랑스의 30년물 금리는 4.50%에서 5bp 오르면서 16년 만에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독일은 3.42%로 전일 대비 5bp 오르며 장중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 주요국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른 국채공급 증가 전망과 영국과 프랑스 등에서 불거지고있는 재정 우려 때문. 영국에서는복지 예산 삭감에 대한 반발로 정부지출 축소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며, 프랑스 역시 긴축 재정난항 등으로 내각해산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수년간 글로벌 장기 국채는 각국 정부의 공공지출 재원 마련을 위한 대규모 발행으로 취약성이 부각됐다”며 “미국과 유럽에서의 지출 공약에 따른 정부 차입금 추가 확대전망 역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준 금리인하 전망 및 중립성 논란에 의한 물가상승 압력 가중과 프랑스의 정치적 혼란, 일본의 인플레이션 압력 지속, 계절적 요인에 의한 미국 회사채 및 국채 발행량 증가 등이 9월 장기 국채 시장에 위험 요인”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예정된 미국 8월 고용지표와 일본30년물 국채발행 등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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