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저소득층 주거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
주거실태 조사에서 청년 10명 중 6명이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빌라는 청년들의 주거기본권을 지탱해 온 공간이다.
청년가구(총 351만가구)의 81.1%는 임차로 거주하고 있다. 이중 빌라 등 비아파트에 거주하는 비율이 68.4%에 달한다. 이들은 주거정책에서 전세자금 대출 지원이 가장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전세보증금 대출을 위한 보증을 확대해 달라는 뜻이다.
지금 부동산시장에 촉발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문제를 보면 청년세대의 희망이 전달되지 않은 듯하다. 정부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기준을 강화하면서 보증금 대출이 막히자 재계약이 막막해지고 있다.
그동안 빌라가격은 공시가격의 140%까지 시세로 인정받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140%에 담보인정비율(LTV) 90%를 적용해 ‘126%룰’을 정했다. 전세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26% 이내일 경우에만 보증을 해주는 제도다. 보증금 총액 2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에만 이 기준을 적용해왔던 한국주택금융공사도 9월부터 ‘126%룰’을 도입했다.
공시가격 2억원 짜리 빌라를 전세 계약했는데 집주인이 1억원의 담보 대출을 가지고 있다면 전세보증금 1억2600만원까지만 반환보증을 해준다는 뜻이다. 2억원에서 담보 1억원을 제한 액수의 126%를 적용한 금액이다.
정부는 여기서 더 나가 전세보증 LTV를 70%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럴 경우 공시가격의 98%까지만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있다. 앞선 사례와 같은 조건이면 9800만원까지만 반환보증을 받을 수 있다.
KB부동산 자료를 보면 서울 빌라 평균 매매가격(시세)은 3억5000만원이다. 공시가격의 140%를 시세로 계산하면 평균 공시가격은 2억5000만원 정도다. 서울의 전용면적 33㎡ 이하 연립·다세대 전세보증금은 평균 2억580만원으로 반환보증 조건인 98% 이내에 해당하지만 집주인이 5000만원 이상의 담보대출이 있다면 반환보증 가입이 불가능하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집토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4분기 계약이 만료되는 전국 연립·다세대 전세 계약 2만4191건을 분석한 결과 기준 강화로 기존과 동일한 보증금으로 전세보증 가입이 어려워지는 계약이 1만8889건(78.1%)에 달했다.
4세대 중 3세대는 현재 보증금으로 반환보증 가입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 혹은 전세보증금을 평균 3533만원 낮춰 계약해야만 반환보증을 받을 수 있다.
빌라 전세는 저소득층의 임대주택과 아파트단지의 중간지대를 지탱해온 사다리다. 이들이 애써 모은 전세보증금을 정부가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하면 사다리는 끊어지고 주거복지가 흔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