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개 중소기업 4개만 중견으로”

2025-09-04 12:59:59 게재

경제단체 ‘K성장포럼’ 출범…"보호위주에서 성장지향정책 전환필요"

기업 생태계에 성장세가 잦아들면서 경제성장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성장 관문도 1만분의 4 수준 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한국경제인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와 공동으로 4일 서울시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업성장포럼 출범식’을 가졌다.

국내 경제단체들은 “늘어난 343개 규제를 합리적으로 줄여나가자”는데 뜻을 모아 ‘기업성장포럼’을 출범시켰다.

경제계는 “법제 전반에 뿌리내린 계단식 성장억제형 규제와 경제형벌 규정으로 인해 성장 유인이라 할 기업가정신이 잦아들 수밖에 없다”며 “성장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그에 맞게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문신학 산업부 제1차관,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 커뮤니케이션위원장 등 민·관·정·학·연 30여명이 참석했다.

대한상의는 전반적인 기업 성장세 하락을 우려했다.

이날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30년 전 대기업 10년간 연평균 매출액증가율은 10%를 상회했지만 최근 10년간은 평균 2.6%로 4분의 1 수준이다.

중소기업 역시 8~9%대에서 5.4%로 내려앉았다.

과거 고성장기 대중소 간 성장 격차를 ‘보호위주형 지원’으로 줄였다면, 이제는 방법론을 달리해 ‘성장지향형 정책’으로 기업의 성장을 촉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상의는 기업정책 패러다임 전환으로 ‘성장하고 싶은’ 기업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부·중기부·Fn가이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20~2023년) 중소기업 중견기업 진입률은 평균 0.04%, 중견기업의 대기업 진입률은 1.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1만개 중 4곳만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 100개 중 1~2개만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셈이다.

이날 대한상의와 김영주 부산대 교수 연구팀이 수행해 발표된 ‘차등규제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 관련 12개 법안에만 343개의 기업별 차등 규제가 있었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94개의 규제가 갑자기 늘고, 대기업이 되면 329개까지 급증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90조원 이상 외부자금 모아 전략적 투자하는데, K-지주회사는 외부자금을 모을 수 없다(공정거래법), 수십년간 명확한 근거없이 이어져온 성장의 천장 ‘자산 2조원’(상법), 과거형 대형마트 의무휴업(유통산업발전법) 등이 제시됐다.

경제형벌 관련 조항은 약 60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정책제언도 쏟아졌다. 먼저 중소기업이든 중견-대기업이든 성장하는 기업에 보상을 제공하자는 제안이다.

실제 2024년 상장사 기준, 수익성(총자산 대비 영업이익)이 좋은 100개 중소기업을 중견기업 수준으로 자산을 늘린다면 (수익성 같다는 가정하에) 영업이익이 5조원 가량 추가 창출된다는 계산이다. 이는 한국 GDP의 0.2%에 해당한다.

메가샌드박스 등 거대 실험을 통해 기업규모에 상관없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앵커기업에 파격적 지원을 실행하자고 했다.

지원방식도 ‘나눠주기식’이 아닌 민간이 투자계획을 제안하면 정부가 매칭하는 ‘프로젝트 지원 방식’을 강조했다.

송승헌 맥킨지 한국오피스 대표는 “현재 한국 기업 환경 문제는 기업가 정신이 함양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업사이드는 작고 다운사이드는 큰 구조여서 경영진으로서는 위험을 회피하기 쉽다. 이는 각 개인이나 기업을 탓하기보다는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기업이 성장 친화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려면 정부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기업들이 스스로 성장 로드맵을 구축할 수 있도록 시장에서 안전장치와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이어 “특수 목적 반도체, 그리고 생성형 AI·에이전트 AI·피지컬 AI 등 ‘AI 삼총사’는 한국 기업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열어줄 핵심 분야”라며 “한국이 가진 제조업 경험과 데이터 역량을 활용한다면 다시 성장을 가속화 할 여력이 충분히 있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대한상의 한경협 중견련은 이날 출범한 ‘기업성장포럼’을 주요관계부처·국회 등과 문제인식을 공유하고 정책대안을 함께 마련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정석용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