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밀착에…이 대통령 ‘페이스메이커’ 구상 어디로

2025-09-04 12:59:59 게재

대통령실 “한반도 평화·비핵화 위해 노력중” 원론적 언급

‘블록화’에 촉각 … 북이 다자외교에 나선 긍정 효과에 ‘방점’

3일 북한·중국·러시아 정상이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나란히 선 모습은 전세계에 강력한 인상을 줬다. ‘반미연대’ 또는 ‘한미일 협력에 대한 견제구’ 등으로 해석되는 이번 만남 이후 이재명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향한 더욱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4일 최근 중국 전승절 상황 등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해 주요 계기 때마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이 중국에 도착한 2일 이후 대통령실에서 반복되어 나온 ‘예의주시’ 언급보다 더 원론적이고 건조한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 K-제조업 현장 방문 이재명 대통령이 3일 경기 안산시 새솔다이아몬드공업에서 제품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안산=연합뉴스

앞서 대통령실에선 김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를 대동해 중국을 방문한 데 대해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국제정세의 복잡다단한 상황과 관련해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전승절 행사는 김 위원장의 다자외교 데뷔, 반트럼프 세 과시 등 각종 측면에서 분석이 가능한 빅 이벤트였지만 대통령실은 가능한 한 언급을 줄이며 상황을 지켜보는 쪽으로 입장을 정한 셈이다.

그만큼 바라보는 속내가 복잡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은 북미대화를 활용하면서 남북간 접점을 넓혀 궁극적으로는 평화와 공존의 시대로 가겠다는 내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메이커’로 치켜세우고 이 대통령 자신을 ‘페이스메이커’로 지칭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쪽으로만 내달린다면 이 대통령의 이같은 구상도 꼬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에선 전승절 행사와 관련해 북·중·러 3국이 정말 견고한 연대를 형성한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웠고, 현재까지는 그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 중국 러시아가 마치 하나의 블록을 형성한 것처럼 해석된 경우가 많은데 정작 북중러 회담이 이뤄지지는 않았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북이 전승절 행사에 참석을 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북이 다자 외교 무대에 등장하기 시작했으니 북미 대화도 가능할 수 있다는 쪽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김 위원장이 ‘은둔의 지도자’로 핵무장에만 집착하며 고립돼 지냈던 것보다는 ‘정상국가’를 자칭하며 외교의 장에 나서는 것이 우리나라 입장에서 더 좋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느껴진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재편되는 가운데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조성렬 경남대 초빙교수는 이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외교의 순서가 한일관계, 한미일관계로 이어졌다면 그다음 단계가 중국,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이 끝난다면 그 다음에 러시아, 그러고 북미회담의 진전을 봐서 결국 남북대화로 가는 외교적인 로드맵을 갖고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APEC은) 굉장히 중요한, 적어도 북방 쪽을 겨냥한 중요한 외교적인 행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김형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