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하버드 보조금 중단, 미 법원 ‘위헌’ 판결
기존 보조금 복원 명령
협상서 하버드에 힘실릴 듯
미국 연방지방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하버드대 연구보조금 중단 조치를 위헌으로 판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앨리슨 버로스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2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에 대한 220억달러 규모의 연구 보조금을 끊은 것은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복원 명령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양측이 진행 중인 합의 협상에서 하버드의 협상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재판 직후 SNS에 “하버드에 유리한 판결이 나면 즉시 항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항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버로스 판사는 판결문에서 “하버드는 오랫동안 혐오적 행동을 용인한 잘못이 있었다”면서도 연방정부가 “반유대주의를 구실 삼아 이 나라 최고의 대학들을 겨냥한 이념적 공격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수정헌법 제1조와 민권법, 행정절차법을 위반했으며 “수십 년간 이어온 연구 성과를 위태롭게 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의 지배구조와 채용, 입학 정책 변경을 요구하는 한편, 비영리 대학으로서의 면세 지위를 위협하고 외국 자금 수수 내역을 조사했으며, 유학생 비자 발급까지 차단하려 했다.
또한 ‘빅 뷰티풀 빌(Big Beautiful Bill)’이라는 세법에 따라 하버드의 530억달러 기금에 더 높은 세율을 부과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각료회의에서 린다 맥마흔 교육부 장관에게 “그들은 매우 나쁘다. 협상하지 말라”고 지시하며 하버드로부터 최소 50억달러를 받아내겠다고 발언했다.
같은 사안으로 다른 사립대학도 압박을 받고 있다. 올해 7월 컬럼비아대는 22억1000만달러를 지불하고 합의했는데, 이는 다른 대학 협상에서도 선례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사립대학 재정을 과도하게 통제하는 위험한 선례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하버드대는 이번 사건을 포함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두 차례 소송을 제기했으며, 두 사건 모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보스턴 연방법원 버로스 판사에게 배당됐다.
첫 번째 소송에서 버로스 판사는 전체 학생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국제학생들의 비자 발급을 끊으려던 정부 조치를 중단시켰고, 해당 판결은 현재 항소심에서 다뤄지고 있다. 이번 판결은 수십억달러 규모의 연구비 환원을 요구한 두 번째 소송에서 내려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법정에서 “정부는 정책 우선순위에 맞지 않는 계약을 취소할 권한이 있다”며,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하버드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문제가 중대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버로스 판사는 이 같은 주장이 정당성을 결여했다고 판단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