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법원 판결로 ‘해체’ 위기 넘었다
독점적 지위 남용은 제재
크롬 분리매각 명령 기각
애플과 수수료 계약 인정
구글이 미국 검색 시장 독점을 둘러싼 5년간의 법정 공방에서 사실상 ‘반쪽 승리’를 거뒀다. 법원은 구글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제재하되, 법무부가 요구한 강력한 해체 조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2일(현지시간) 아밋 메타 워싱턴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구글이 특정 기업과 독점 계약을 맺어 자사 검색엔진을 기본값으로 강제 설정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판단하고 금지했다. 하지만 애플 등에 지급하는 막대한 유통 수수료는 허용했다. 메타 판사는 “이런 지급까지 막으면 오히려 애플 같은 파트너사가 피해를 본다”고 설명했다.
핵심 판결 내용은 명확하다. 구글은 앞으로 브라우저나 기기 제조사에 자사 서비스 사용을 강요하는 독점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안드로이드 앱스토어 라이선스를 특정 서비스와 연계하는 것도 금지됐다. 대신 경쟁사들이 검색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일부 검색 데이터를 의무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무엇보다 구글이 애플 사파리 브라우저 기본 검색엔진 지위를 위해 연간 200억 달러 이상 지급하는 거대한 계약은 그대로 유지된다. 법무부가 강력히 요구한 크롬 브라우저 매각 명령도 기각됐다. 메타 판사는 “구글이 불법 행위에 직접 활용하지 않은 자산까지 강제 매각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거부했다.
판사는 “법원이 시장을 과도하게 흔들어서는 안 된다”며 “특히 생성형 AI 부상으로 경쟁 환경이 이미 달라지고 있다”고 판단 근거를 밝혔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외하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구글과 정면 경쟁할 수 있는 업체들이 등장했다”고 덧붙였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알파벳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8% 급등했고, 애플 주가도 3% 올랐다. 월가는 이번 판결을 양사 모두에게 ‘대승’으로 평가했다.
구글은 “인공지능으로 산업이 크게 변화한 현실을 반영한 판결”이라며 환영했지만, 데이터 공유 의무에 대해서는 “프라이버시 침해와 영업 비밀 노출 우려가 있다”며 항소를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가 분석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게일 슬레이터 법무부 반독점국장은 “지난 20년간 검색 시장 경쟁이 얼어붙어 있음을 입증했다”며 “이번 조치가 경쟁 회복에 충분한지 검토하겠다”고 맞대응했다.
가디언지는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이 이번 판결에 강하게 반발했다고 전했다.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버티스 프로젝트의 니디 헤지 사무총장은 “지난 25년간 가장 중요한 독점 사건에 대한 판결이 지나치게 미온적이었다”며 “즉각 항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말기에 시작된 이 소송은 구글과 법무부 모두 항소를 검토하면서 2027년까지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