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상법 개정 핵심 이슈 ‘자사주 소각’

2025-09-04 13:00:02 게재

올해 자사주 소각 이미 작년 추월

9월 정기국회 통과 가능성 높아

입법· 단기간 내 제도 개선 병행

정기 국회 개막과 함께 향후 핵심 이슈는 자사주 소각이 될 전망이다. 자사주 소각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올해 이를 공시한 기업 수가 이미 작년 수준을 넘어섰다.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입법과 단기적 제도 개선이 병행되면서 자사주 규제 강화와 자본시장 구조 개혁은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상장사들 선제적 대응 =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HMM이 약 2조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하고, 메리츠금융지주와 네이버가 각각 5514억원, 3684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결정을 공시하는 등 자사주 소각 의무화 정책 시행에 따른 혼란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자사주 비중을 낮추는 움직임이 확인된다.

대신증권,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자사주 소각 기업은 모두 206곳으로 집계됐다. 시장별로 유가증권시장 120곳, 코스닥시장 86곳이 자사주를 소각했다. 이는 177곳이었던 지난해 수치를 이미 웃돈 수준이다.

자사주 소각액도 늘었다. 올해 자사주 소각액은 8월 말 기준 약 5619억원으로, 지난해 4809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이처럼 올해 들어 자사주를 소각하는 기업이 전년 대비 늘어난 데에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상장사들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정기 국회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포함한 3차 상법 개정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김현정 의원과 김남근 의원, 조국혁신당의 차규근 의원 등이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김현정 의원안은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취득 즉시 소각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김남근 의원안은 자사주 의무 소각 기한을 1년으로 설정하고 있다. 차규근 의원의 개정안은 소각 기한을 6개월로 했다.

투자자들도 자사주 비중이 높은 지주사 및 금융 업종 종목을 매수하며 정치권의 법안 개정 움직임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3차 상법 개정안이 예고된 지난달 25일부터 자사주 비중이 높은 지주사 및 금융 업종 종목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 지주사인 SK는 14.0%,

LS 9.5%, HD현대 7.0% 오르는 등 자사주 소각 의무화 기대감이 반영되는 모습이다. 증권주 중에서는 부국증권이 28.41% 올랐고 대신증권 10.91%, 신영증권 9.33%, 미래에셋증권이 4.10% 상승했다.

◆자사주 1%만 보유해도 내역 공개 = 향후 자본시장의 핵심 이슈는 자사주 소각이 될 전망이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및 자본시장 관련 제도 개선 안을 보면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는 법 개정과 함께 단시간 내에 시행할 수 있는 제도 개선도 병행될 것”이라며 “시행령 또는 공시 규정을 개정해 현재 발생주식 총수의 5% 이상 자사주를 보유해야 하는 공시 의무를 1%만 보유해도 내역을 공개하도록 확대하고, 향후 1년간 자사주 처분·소각 계획을 기업이 미리 서식에 기재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는 대기업이 자사주를 발행주식 총수에 포함시켜 사익편취 규제에서 벗어나는 관행도 방지할 계획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경영권 방어, 자금조달이 아닌 시장의 기대감에 부합하는 주주환원의 목적으로써 자사주 소각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보수적으로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 자사주 매입뿐만 아니라 소각을 이행한 이력이 있는 기업이 추가적인 소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안정적인 이익을 기반으로 자사주 매입 소각이 지속될 수 있는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정기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개정안은 자사주 소각 제도화로 통과 가능성이 높다”며 “최종 확정은 아니지만 배임죄 완화 법안과 병행처리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보유 자사주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의 유예가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1년 초과의 유예기간이 부여될 경우 이는 시장의 실망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신현용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 자사주 매입뿐만 아니라 소각을 이행한 이력이 있는 기업이 추가적인 소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자사주 비중 상위 종목 중 지난해 이후 자사주를 매입·소각한 이력이 있으면서 올해 순이익 확대가 예상되는 기업으로 SK, 미래에셋증권, 금호석유화학, 엔씨소프트, 신세계, 유한양행, POSCO홀딩스 등을 꼽았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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