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김정은에 “한반도 안전보장 기여” 축전
베이징 정상회담 하루 만
역사·안보적 의미도 강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직후 북한 정권 수립 77주년(9·9절)을 앞두고 김 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냈다. 푸틴 대통령은 축전에서 북한을 ‘친근한 벗’으로 지칭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일을 맞아 가장 따뜻한 축하 인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그는 “77년 전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새 조선 국가를 인정했다”면서 “그때로부터 모스크바와 평양의 관계는 세월의 시련을 영예롭게 이겨냈다”고 언급했다. 러시아는 소비에트 연방 시절인 1948년 10월 12일 북한을 세계 최초로 국가로 승인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당신의 전투부대가 침략자들로부터 쿠르스크주 영토를 해방하는 데 영웅적으로 참전한 것은 북러 친선과 상호 방조의 뚜렷한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도 공동의 노력으로 양국 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공고히 해나갈 것”이라며 “이는 양국 인민의 이익에 전적으로 부합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전반의 안전과 안정 보장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축전은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항일전쟁 승리 80주년 기념 열병식을 계기로 정상회담을 가진 지 하루 만에 전해졌다.
모두발언 외 회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한의 쿠르스크 파병 대가 문제 △재건 지원을 위한 병력 파견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관련 추가 지원 방안 △전쟁 종료 후 협력 전망 등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연이은 메시지를 통해 북러 간 ‘역사적 동맹’을 재확인하고, 중국과의 삼각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서방의 제재 압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밀착은 러시아가 동북아 전략 구도에서 새로운 균형추를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김정은 위원장 또한 축전을 계기로 북러 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하며 대미 견제 구도 속에서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