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후변화 주주권 행사 유명무실”
기후 대응 주주활동 올 5월까지 6건 불과
운용자산 기후공시…주주제안 도입 필요
국민연금의 기후변화 주주권 행사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023년 국민연금은 기후변화와 산업안전을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활동) 지침의 중점 관리 사안에 추가했다. 하지만 기후변화 관련 주주활동은 올해 5월까지 6건에 불과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정치권과 시민단체 전문가들은 운용자산의 기후위험에 대한 공시가 이뤄지지 않고, 실질적 주주권 행사에 2~3년까지 소요되는 현행 구조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기후위기 대응 여전히 첫걸음 수준” = 5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전진숙 의원,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국민연금기후행동, 경제개혁연대,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공동 주최한 ‘국민연금의 기후 스튜어드십, 선언을 넘어 실천으로’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국민연금의 기후 스튜어드십 활동과 책임투자 전략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실효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첫 번째 주제 발표를 맡은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은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인 해외 연기금과 비교할 때, 국민연금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책임투자 및 수탁자책임활동은 여전히 첫걸음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노 위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기후변화와 관련된 수탁자 책임활동으로 석탄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배제전략의 수립과 2024년 기준 29개 기업에 대한 32회 서한 또는 면담 및 3개 기업 비공개대화 대상 선정이 있었다. 하지만, 관여활동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어떠한 정보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또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거버넌스 체계, 대응 전략 및 계획, 운용자산의 기후위험 노출 정도, 운용자산의 온실가스 배출량, 탄소집약도 및 감축 목표 등 최근 국제적으로 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에게 요구되는 기후 관련 재무정보의 공시는 사실상 전무하다.
노 위원은 “국민연금의 기후위험에 대한 노출 정도나 현재 대응 수준은 사실상 전혀 파악할 수 없고. 공시는 글로벌 연기금과 비교할 때 매우 미비하다”며 “이는 수탁자책임활동 자체가 미진하다는데 그 원인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노 위원은 “최우선 과제는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등 기후정보, 책임투자, 관여 활동 등에 관한 공시 강화”라며 “책임투자의 강화 및 실질적인 확장 필요성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등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화석연료 투자액 세계 3위 = 박현정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두 번째 발표에서 “국민연금은이 글로벌 3대 연기금으로 국내 주요 기업들의 핵심주주이면서 화석연료 투자액 세계 3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올해 기후변화와 관련된 수탁자책임활동이 6건의 비공개 면담 외에는 중점관리 대상기업을 단 한 곳도 지정하지 않았다. 면담에서부터 공개 및 비공개 중점관리, 서한 발송에 이은 주주제안 및 의결권 행사 등의 각 단계에서 관리대상이 3개 기업 내외에 불과하다. 박 연구원은 “이는 공개적인 주주활동에 이르기까지 최소 2~3년이 걸리는 절차적 구조, 비공개 위주의 활동으로 인해 이해관계자에게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행력과 속도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의 진행으로 진행된 전문가 토론에서 원종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장은 “탄소중립 목표 준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좌초자산 위험과 그에 따른 손실이 국민연금 기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기후 스튜어드십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기업과의 신뢰 유지를 위해 비공개적인 대화를 통해 체질 개선을 먼저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과 더불어 공적금융 기관 및 민간 금융회사들의 기후 스튜어드십 확산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총장은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규모 중 위탁운용 자산 대부분은 ESG워싱”이라며 “이는 해당 위탁자산의 실질적인 책임투자 고려 및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은 선정 기준에 반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사무총장은 “기후 관련 평가지표들이 기후 리스크를 평가하기에는 매우 불충분하고 기후 관련 정보 입수율도 부족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