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좌우되는 경제심리 …이념성향 따라 경제전망 달라진다

2025-09-05 13:00:03 게재

정권교체 후 진보진영 ‘1년 후 경제전망’ 낙관론 팽배

윤석열정부땐 보수진영 낙관 비중, 진보진영보다 높아

갤럽 “성향별 경기전망 동조화” … ‘당파적 배열’ 강화

홍성국 “미국도 비슷한 흐름 … 국민통합 중요한 이유”

정치 성향에 따라 경제 전망도 달라지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집권 이후 진보진영이 ‘미래 경제’에 강한 낙관을 드러낸 데 반해 보수진영은 ‘비관’에 쏠렸다. 윤석열정부땐 반대 현상이 뚜렷했다. ‘묻지마 투표’와 같은 편향이 ‘묻지마 경제심리’까지 옮겨 붙었다는 얘기다.

이는 다양한 정치적 사례에서도 이미 드러났다. 공정과세의 상징처럼 부상했던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에 대해 민주당 지지층들은 애초 찬성하는 기류가 강했지만 지도부에서 ‘폐지’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면서 의견이 바뀌기도 했다. ‘당파적 배열’이 강화된 모습이다.

미국에서도 ‘이념성향별 경제진단’의 차이가 확인됐다. 민주당과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이념 진영간 경제전망이 크게 갈렸다.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는 상황은 심리로 움직이는 경제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킬 수밖에 없다. 이재명정부가 성장 정책 못지않게 국민통합을 앞세워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5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달 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1년 후 경기전망을 물어본 결과 ‘좋아질 것’이라는 답변이 35%로 6월의 52% 이후 석 달째 하락했다. 매월 셋째 주에 실시한 이 조사는 경제 전망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정권 교체로 경제 전망 달라져 = ‘1년 후 경제전망’에 대한 낙관론은 2022년 이후 10%대에 머물렀다. 그러다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이후인 4월과 5월에 각각 24%, 33%로 올라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되고 조기 대선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곧바로 경제심리가 달라진 셈이다.

이같은 현상은 진보진영의 낙관론 비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 집권기간 내내 경제 낙관론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것은 한 자릿수에 가까웠던 진보진영의 비관론이 크게 작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진보성향의 낙관론은 12.3 계엄 사태이후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해 12월엔 19%, 올 1월엔 23%로 올라섰고 4월 31%, 5월 50%, 6월 78%로 급등했다. 7월과 8월엔 65%, 61%가 각각 낙관 의사를 표했다.

보수진영에서는 낙관론보다 비관론의 비중 변화가 눈에 띄었다. 윤석열정부에서 보수진영의 낙관론은 20%대를 유지해왔다. 12.3 계엄이 있었던 지난해 12월엔 16%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곧바로 회복해 지난 6월엔 28%까지 상승했다. 그러다가 8.15 광복절 특사 등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지난달엔 14%로 곤두박질쳤다.

보수진영의 비관론은 현 정부의 경제에 대한 불신을 더욱 명확하게 드러냈다. 윤석열정부였던 지난해 8월엔 비관론 비율이 38%였고 12.3 계엄이후 50% 내외로 상승했고 지난달에는 63%로 뛰었다.

한국갤럽은 “경기 낙관론은 대체로 정부 정책 방향에 공감·신뢰 정도가 강한 이들에게서 높은 편”이라며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인 12월에는 보수층의 경기 비관론이 늘고 진보층에서는 줄었으며 중도층은 거의 변함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올 1월과 2월에 지속된 국가적 리더십 부재 국면에는 성향별 경기 전망 동조화 현상이 나타났고 윤 대통령 파면 선고 후인 4월부터는 진보층에서 낙관론이 급증했다”고 했다.

◆미국도 대통령선거 전후로 경제평가 바뀌어 =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인 홍성국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미국의 경제상황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는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크게 바뀐다”며 “트럼프 대통령 1기 당시 2016년의 경우 보수층은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봤다. 반면 진보층은 트럼프 1기 내내 경기가 나쁘다고 봤다”고 했다. 이어 “2000년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자 정확히 반대로 움직였다”며 “다시 트럼프 2기가 시작되자 다시 보수층은 경기가 좋다고 생각하고 진보층은 거의 최악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마찬가지”라며 “윤석열정부 내내 보수층은 진보층에 비해 경기가 좋다고 봤다. 이후 올해 3월 탄핵이 결정되고 대선 일정이 명확해지면서 진보층은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아주 높은 기대를 보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책은 심리라고 하지만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어떤 정책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며 “현상을 정확히 인식하기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으로 경제를 판단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방향성이 흔들린다”고 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정책이나 국가미래, 공공선보다는 진영우선주의를 앞세우는 당파적 배열의 강화는 세계적인 추세”라며 “지지 정당이나 대표가 입장을 바꾸고 자신의 지향점도 바꾸게 되면 일관성이 사라지고 이러한 경향이 지식인층까지 확대되면서 정책이나 사회적 개선 등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공론화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해법은 ‘국민 통합’이다. 홍 전 의원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신자유주의 물결로 제로섬 사회로 전환되면서 편갈림이 강화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잣대가 바뀌었다”며 “우리 편이라면 무조건 좋은 거고 저쪽 편이면 무조건 나쁜 거라는 인식이 경제 심리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국민통합이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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