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00개 대표 맥주에 세계맥주 더했다
노원구 ‘수제맥주축제’ 해마다 진화 중
각국 외교관 초청해 ‘문화교류’도 시동
미힐 클레만스 주한 벨기에 대사 대리, 야나 심볼린초바 주한 체코 대사 대리, 외른 바이서트 주한 독일 대사 대리, 나탈리아 고메즈 사위츠카 주한 스페인 공관차석….
지난 8월 29일 저녁 서울 노원구 공릉동 화랑대 축구장. 낯선 외국 대사관 관계자들이 제3회 ‘노원 수제맥주축제’ 개막식 무대에 올랐다. 미국 농무참사관과 농업무역관장, 헝가리 문화원장, 스페인 1등서기관과 세르반테스문화원장까지 9명이 오승록 구청장 등과 함께 건배를 외쳤다. 직전에 열린 초대연에서는 각국 수제맥주와 함께 곁들이면 좋은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노원구 축제와 자국 자원을 연계할 방안을 논의했다.
5일 노원구에 따르면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수제맥주축제가 해마다 진화하고 있다. 지역 맥주 도가(都家) 제안으로 시작한 축제 규모가 커지는 건 물론 올해는 외국 맥주까지 합류해 세계화 가능성을 보여줬다. 구는 특히 앞서 열린 커피축제에도 커피 생산국 외교관들을 초대해 문화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화랑대 철도공원 일원에서 열린 축제는 2회에 비해 완성도가 높아졌다. 기존 이틀간 진행하던 축제를 사흘로 확대했고 길어진 무더위를 고려해 오후 5시부터 시작하는 야간형으로 바꿨다. 전국 33개 양조장에서 가장 자신 있는 제품 200종을 내놨고 먹거리 트럭 32대가 맥주와 궁합이 맞는 다양한 음식을 선보였다. 구는 “첫날 한때 강한 비가 내렸는데도 사흘간 12만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특히 각국 맥주와 전통 음식을 제공한 ‘세계 테마존’이 큰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개막식에 참여한 6개 국가 가운데 스페인은 전통 음식만 선보였고 대신 네덜란드에서 세계 첫 와인맥주로 참여했다. 방문객들은 8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벨기에 수도원 맥주부터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체코 코젤 맥주, 세계 3대 후식 와인으로 꼽히는 헝가리 토카이 와인 등을 저렴한 가격에 즐겼다. 국내 제품들처럼 모두 수제는 아니지만 오랜기간 유지해 온 각국 맥주문화 전통을 소개하는 의미였다. 맥주 이외에 체코 문화체험관, 독일 양조장 ‘툼브로이’, 돈키호테·플라멩코 그림 색칠체험 등 이색 문화체험도 곁들여졌다.
방문객들 호응도 크다. 상계동 주민 김서희(28)씨는 “그동안 수제맥주는 호불호가 강하고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수제맥주가 한꺼번에 나에게 온 느낌”이라며 “1회부터 참여했는데 2년만에 어떻게 이렇게 진화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평했다. 멀리 양천구에서 수제맥주를 즐기기 위해 2년째 방문한 성상현(27·목동)씨는 “특색 있는 지역 대표 맥주에 평소 접하기 어려운 세계 맥주까지 한곳에서 맛보니 애호가로써 너무 좋았다”며 “올해는 특히 공간 배치가 달라져 이용하기 편리했다”고 말했다.
수제맥주축제에 세계 맥주가 더해진 건 지난해 경춘선공릉숲길 커피축제에 미얀마 베트남 인도 라오스 케냐 등 원두 생산국을 초청한 데서 비롯됐다. 당시 색다른 커피를 시음하면서 해당 국가 문화체험을 할 수 있다는 데 호응이 컸다. 올해 커피축제에도 미국 카메룬 중국 인도네시아 엘살바도르 등이 참여해 시음과 원두·소품 판매 행사를 했다. 구는 축제 참여 국가를 대상으로 최근 개장한 ‘수락 휴’ 초청행사를 열어 노원의 힐링·여가문화정책을 소개하기도 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해마다 진화하는 수제맥주축제가 노원의 대표 문화자원으로 자리잡았다”며 “문화도시 노원을 체감하는 주민들 기대치가 높아지는 만큼 내년에는 더욱 색다른 내용과 프로그램을 선보이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