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애경산업 업고 몸집 불리기

2025-09-08 13:00:02 게재

애경산업 인수 소비재사업 진출 … 이호진 전 회장 경영복귀 암시

기업간 거래(B2B) 사업을 위주로 했던 태광그룹이 소비재를 만드는 애경산업을 인수한다. 섬유와 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신성장동력을 장착하기 위해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지분 63% 인수 우선협상자로 태광산업과 티투프라이빗에쿼티,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산업은 1985년 4월 그룹에서 생활용품 사업 부문을 떼어내 설립된 회사로 화장품과 생활용품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 회사 지난해 매출은 6791억원이었다.

애경그룹은 그룹의 재무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애경산업 지분 매각을 추진해왔다. 지주사인 AK홀딩스 총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4조원 수준으로, 부채비율이 328.7%에 이른다.

태광그룹은 7월 사업구조 재편 방침을 공개하면서 신규 진입을 모색하는 화장품·에너지·부동산개발 관련 기업 인수에 자금의 상당 부분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태광이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 등이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약 63%를 인수하는 가격은 4000억원대 후반으로 전해졌다. 애경산업의 시가총액이 4300억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은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애경산업은 애경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물로 나왔다.

애경그룹은 유통과 석유화학 사업 부진으로 유동성 위기가 높아지자 비주력 자산인 골프장 중부CC를 정리하고, 그룹의 모태인 애경산업까지 팔기로 한 것이다. 폴캐피탈코리아,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 국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경쟁을 벌인 태광 컨소시엄은 가장 높은 인수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17년 만에 인수합병(M&A)을 재개한 태광그룹이 애경산업을 시작으로 적극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태광그룹은 화장품 생활용품 등 소비재 사업을 영위하는 애경산업을 인수해 취약한 B2C 분야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온라인몰, H&B스토어, 대형마트 등 국내 유통망이 탄탄하고 중국·동남아 시장으로의 수출 기반도 갖추고 있어 태광그룹의 글로벌 확장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K뷰티’의 선풍적 인기를 등에 업고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까지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유선방송 사업자를 인수해 티브로드를 출범시킨 2008년 이후 멈췄던 태광그룹의 M&A 시계가 다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5월 기준 태광산업의 유동자산은 2조7692억원에 이른다. 기존 현금성 자산 1조9445억원에 SK브로드밴드 지분 매각으로 8038억원의 현금이 들어온 결과다.

태광그룹은 애경산업 인수를 통해 화장품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구상이다. ‘루나’ ‘에이지투웨니스’ 등의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한 애경산업은 전체 화장품 매출 중 70%가량을 해외에서 거둔다.

올들어 태광은 애경산업, 이지스자산운용, 메리어트 남대문 호텔 등 현재 추진 중인 M&A 3건의 투자 규모만 1조3000억원으로 올해 투자 목표 1조원을 상회한다. 레드오션이 된 케미칼, 섬유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태광그룹이 추진 중인 M&A를 모두 성공할 경우 그룹 총자산은 재계 59위에서 53위 수준으로 커진다. 50위 그룹과의 격차도 2000억원 수준으로 좁혀져 가시권에 두게 된다.

업계에서는 태광의 행보에 대해 이호진 전 회장 경영복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태광산업의 2대주주로 주주행동을 벌이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 전 회장이 이사회에 복귀해 책임경영에 나서라”고 주장한바 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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