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센트 “관세정책 패소 시 환급 끔찍한 일”
대법원으로 간 트럼프 관세
대체법률로 ‘관세 드라이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정책이 미국 연방 대법원 심판대에 올랐다.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로 사용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위헌이라는 판결이 하급심에서 내려진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뒤집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NBC 인터뷰에서 “패소할 경우 약 절반의 관세를 환급해야 하며 이는 재무부에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논란의 핵심은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가이다. 트럼프는 IEEPA를 근거로 중국 캐나다 등과의 무역에서 ‘상호 관세’를 강행했다. 하지만 항소법원은 “IEEPA는 세금, 관세, 과세 권한을 명시적으로 포함하고 있지 않다”며 대통령 권한의 남용을 인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반발하며 대법원에 신속한 심리를 요청했다.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9월 11일부터 첫 변론이 시작될 수 있다.
베센트 장관은 “IEEPA를 통해 공공의 건강과 국가적 무역 비상사태에 대응한 것”이라고 위헌 주장을 반박한 뒤 “미국의 GDP가 3.3% 성장하고 주식시장이 신고점을 기록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트럼프 경제정책의 성과를 강조했다. 또 “많은 기업들이 자본 지출과 고용 확대를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하지만 나이키, 존디어, 블랙앤데커 등은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와 생산 차질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베센트는 “선택적인 사례”라며 언론의 보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관세의 실질 부담 주체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졌다.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인해 ‘관세는 결국 미국 국민이 지불한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베센트는 “동의할 수 없다”며 일축했다.
미국 재무부는 7월 한 달간 약 280억달러의 관세를 징수했다고 보고했으며, 국토안보부는 6월까지 트럼프 관세로 약 815억달러가 걷혔다고 밝혔다. 나이키, 월마트, 해즈브로 등은 관세가 소비자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 결과와 무관하게 트럼프는 관세 정책을 계속 밀어붙일 수 있는 대체 법률을 준비하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보좌관은 법원이 트럼프의 관세 부과를 중단시킬 가능성을 예상하고 수개월 전부터 대체 방안을 검토했다. CBS 인터뷰에 출연한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대체 법률을 통한 관세 부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체법률로는 1962년 무역확장법 232조와 1974년 무역법 301조가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232조는 특정 수입품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경우 대통령이 관세를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301조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미국의 무역 권리가 침해될 경우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그러나 이들 조항은 신속한 관세 부과를 가능하게 한 IEEPA에 비해 법적, 행정적 절차가 복잡해 실효성 논란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관세 정책의 정당성을 확고히 하려 하고 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법원 판결과 상관없이 트럼프는 국가 안보 명분 하에 관세 부과 권한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