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오픈AI 주문에 주가 9%급등

2025-09-08 13:00:03 게재

오픈AI, 맞춤형 칩 주문

엔비디아 독식에 도전

AI 반도체 시장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4일(현지시간) 브로드컴(AVGO)이 깜짝 실적을 발표한 배경에는 엔비디아 독점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신호가 담겨 있다.

챗GPT를 만든 오픈AI가 내년부터 자체 칩 생산에 뛰어들면서, 그동안 엔비디아가 독식해온 AI 반도체 시장 판도가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주문 규모는 100억 달러에 달한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브로드컴 주가는 하루 만에 9% 넘게 폭등했다.

오픈AI는 최근 미국 반도체 대기업 브로드컴과 공동 설계한 맞춤형 AI 칩을 내년부터 출하할 계획이다.

그동안 엔비디아의 GPU에 크게 의존해온 오픈AI는 폭증하는 연산 수요를 충족하고 비용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 칩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들이 이미 자체 설계한 맞춤형 ASIC나 XPU 칩을 자체 설계해 활용하는 가운데, 오픈AI는 브로드컴과 손잡고 첫 자체 칩 개발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브로드컴의 혹 탄 최고경영자는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신규 고객의 100억달러 규모 주문을 언급했으며, 시장은 이를 맞춤형 AI 칩 사업에서 네 번째 대형 고객 확보로 받아들이며 향후 매출 성장에 대한 기대를 한층 높였다.

브로드컴의 이번 분기 실적 또한 시장 기대를 크게 웃돌았다. 브로드컴의 2025 회계연도 3분기(5~7월) 매출은 159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특히 AI 관련 매출은 52억달러로 63%나 급증했고, “4분기에 62억달러로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탄 대표는 말했다.

순이익은 41억4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18억8000만달러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69달러로 월가 예상치 1.66달러를 상회했다. 회사는 4분기 매출 전망도 174억달러로 제시해 시장 예상치(170억달러)를 웃돌았다.

특히 네트워킹 관련 매출은 반도체 솔루션 부문 전체 매출 중 약 57.5% (약 91.7억달러) 로 성장했으며, 탄 대표는 “AI 가속기(custom AI chips), 네트워킹, VMware”가 이번 실적의 핵심 동력이라고 말했다.

호실적과 오픈AI와의 협력 소식이 전해지자 브로드컴 주가는 5일 하루에만 9.4% 급등했고, 같은 날 엔비디아와 AMD 주가는 각각 2%대, 5%대 하락세를 보이며 대조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업계에서는 맞춤형 ASIC와 XPU 칩의 확산이 향후 몇 년 안에 GPU 중심 구도를 크게 흔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케터 분석가 제이콥 본은 “브로드컴의 맞춤형 칩이 빅테크 AI 경쟁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HSBC 등 투자은행은 브로드컴의 맞춤형 칩 사업 성장률이 오는 2026년에는 엔비디아를 능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엔비디아의 위상은 여전히 공고하다. 다만, 특정 연산 영역에서는 맞춤형 칩에 일부 수요를 내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전문가들은 AI 반도체 시장이 GPU 중심에서 맞춤형 칩과 병행하는 병행 구도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업계는 데이터센터 효율을 위해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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