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개혁-협치 균형점 찾을까…생색내기 끝날 수도

2025-09-08 13:00:01 게재

정부조직개편-내년도 예산안-외교현안 등 초당적 협조 요청 장동혁 대표와 비공개 단독 회동 … “서로 할 말 다 하는 자리”

취임 100일 주간에 들어간 이재명 대통령이 협치와 소통 행보에 나선다. 불법 계엄 이후 회복 속도전, 대미관세 협상 등 외교현안 수습, 민생소비쿠폰 등 경제 마중물 붓기 등에 이어 새롭게 정비된 여야 지도부를 국정파트너로서 대우하며 각종 현안에 대한 초당적 협조를 요청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 여야 지도부 회동 발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22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대통령,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송언석 원내대표, 우상호 정무수석.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8일 이 대통령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오찬을 겸한 회동을 한다. 오찬 후에는 장 대표와 별도의 비공개 단독 회동도 한다.

이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와 회동하는 것은 각각 새 지도부가 꾸려지기 전 만났던 지난 6월 22일 이후 78일 만, 제1야당 대표와 단독으로 만나는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여야지도부 회동에선 의제가 정해지지 않은 만큼 다양한 현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가장 최근 현안인 미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는 물론 한일·한미정상회담 등 외교 문제, 내년도 예산안 등 경제 회복 방안, 정부조직개편 및 여당이 강력하게 추진중인 검찰개혁에 대한 의견도 논의될 전망이다.

한국인 구금 사태에 대해 장 대표는 ‘700조 선물 외교’에 취한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에게 각을 세웠지만 회동 전에 석방 교섭이 마무리되는 등 수습 국면으로 가면서 날선 신경전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금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실이 막후에서 가장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에 대한 이 대통령의 설명과 함께 야당에 협조를 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요청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외교 현안을 다루며 강조해온 ‘원팀정신’을 재차 말하며 야당에 대해서도 초당적 협조를 구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 현안 중에선 여야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내란특별재판부 등에 대해선 신경전이 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장 대표가 이 대통령에 대한 ‘공격성 작심발언’을 하거나 그런 상황은 현재까지는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측은 8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취임 100일을 맞는 대통령에 대해 합리적인 예우를 갖출 생각”이라면서 “그렇다고 할 말을 안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언론에서 거론하는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해 야당이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적인 비난은 삼가되 대통령과 여당을 견제하는 야당으로서 역할을 강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의제를 정하지 않았다는 게 무슨 뜻이겠냐”면서 “대화의 물꼬를 트는 자리인 만큼 서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그런 자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통령은 장 대표의 의견을 경청하고 경우에 따라선 일부 개혁 법안에 대한 속도조절 등을 여당 쪽에 요청할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의 각종 개혁 법안의 세부 쟁점에 대해 국민들이 더 많이 인지할 수 있도록 토론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날 오찬 회동으로 여야 지도부와 협치에 시동을 건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는 11일 기자회견을 연다. 그동안의 국정성과와 향후 국정과제 및 비전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며 소통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같은 기조는 9월 넷째주에 예정된 유엔총회 일정 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김형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