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개혁-협치 균형점 찾을까…생색내기 끝날 수도
정부조직개편-내년도 예산안-외교현안 등 초당적 협조 요청 장동혁 대표와 비공개 단독 회동 … “서로 할 말 다 하는 자리”
취임 100일 주간에 들어간 이재명 대통령이 협치와 소통 행보에 나선다. 불법 계엄 이후 회복 속도전, 대미관세 협상 등 외교현안 수습, 민생소비쿠폰 등 경제 마중물 붓기 등에 이어 새롭게 정비된 여야 지도부를 국정파트너로서 대우하며 각종 현안에 대한 초당적 협조를 요청할 전망이다.
8일 이 대통령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오찬을 겸한 회동을 한다. 오찬 후에는 장 대표와 별도의 비공개 단독 회동도 한다.
이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와 회동하는 것은 각각 새 지도부가 꾸려지기 전 만났던 지난 6월 22일 이후 78일 만, 제1야당 대표와 단독으로 만나는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여야지도부 회동에선 의제가 정해지지 않은 만큼 다양한 현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가장 최근 현안인 미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는 물론 한일·한미정상회담 등 외교 문제, 내년도 예산안 등 경제 회복 방안, 정부조직개편 및 여당이 강력하게 추진중인 검찰개혁에 대한 의견도 논의될 전망이다.
한국인 구금 사태에 대해 장 대표는 ‘700조 선물 외교’에 취한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에게 각을 세웠지만 회동 전에 석방 교섭이 마무리되는 등 수습 국면으로 가면서 날선 신경전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금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실이 막후에서 가장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에 대한 이 대통령의 설명과 함께 야당에 협조를 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요청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외교 현안을 다루며 강조해온 ‘원팀정신’을 재차 말하며 야당에 대해서도 초당적 협조를 구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 현안 중에선 여야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내란특별재판부 등에 대해선 신경전이 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장 대표가 이 대통령에 대한 ‘공격성 작심발언’을 하거나 그런 상황은 현재까지는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측은 8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취임 100일을 맞는 대통령에 대해 합리적인 예우를 갖출 생각”이라면서 “그렇다고 할 말을 안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언론에서 거론하는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해 야당이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적인 비난은 삼가되 대통령과 여당을 견제하는 야당으로서 역할을 강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의제를 정하지 않았다는 게 무슨 뜻이겠냐”면서 “대화의 물꼬를 트는 자리인 만큼 서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그런 자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통령은 장 대표의 의견을 경청하고 경우에 따라선 일부 개혁 법안에 대한 속도조절 등을 여당 쪽에 요청할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의 각종 개혁 법안의 세부 쟁점에 대해 국민들이 더 많이 인지할 수 있도록 토론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날 오찬 회동으로 여야 지도부와 협치에 시동을 건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는 11일 기자회견을 연다. 그동안의 국정성과와 향후 국정과제 및 비전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며 소통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같은 기조는 9월 넷째주에 예정된 유엔총회 일정 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