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 가능 ‘후진국형 산업재해’ 반복

2025-09-08 13:00:03 게재

안전장치·수칙 준수만으로 막을 수 있어

롯데·GS·대우건설 사고도 해당 가능성 커

이재명정부가 ‘산업재해와 전쟁’을 추진 중인 가운데 현장에선 산재 사망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사망 사고 상당수가 예방 가능한 이른바 ‘후진국형 산재’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경찰과 노동당국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8시 30분쯤 김해시 불암동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A씨가 굴삭기 버킷(삽)에 치여 숨졌다. 하청업체 소속인 그는 먼지 등을 제거하는 살수작업 담당자로 굴삭기에 접근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굴삭기에 접근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굴삭기 운전자는 “사람이 있는지 몰랐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해당 사업장은 작업자가 5명이 넘는 등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사고 당일 박현철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내 “이번 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작업 중인 굴삭기 작업반경 접근을 금지하는 기본적인 안전수칙이 지켜졌더라면 예방가능했던 후진국형 사고라 안타까움을 더한다.

후진국형 산재는 안전장치와 수칙 준수 등으로 예방할 수 있음에도 대다수 사망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고를 말한다. 추락·충돌·끼임·넘어짐·물체에 맞는 등의 사고가 이른바 ‘5대 후진국형 재해’로 꼽힌다.

노동부의 ‘2025년 2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 -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 잠정 결과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사업장에서 산업안전 부주의로 사망한 노동자가 287명으로 집계됐다.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통계는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 등을 이행하지 않아 발생하는 산재사망사고를 분석한 통계다.

그중에 추락 사고가 129명(44.9%)으로 가장 많은 사고 원인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20명 늘어난 수치다. 이어 물체에 맞음(39명), 충돌(28명), 끼임(27명) 등 대표적인 후진국형 사고들이 빈발했다.

상반기 산재사고 사망자 10명 중 8명가량이 정부와 기업 등의 노력 정도에 따라 죽음을 피할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건설의 날’ 기념식 앞 산업재해 유가족들의 요구 산업재해 유가족 등이 지난달 27일 건설의 날 기념식이 열린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 앞에서 안전한 건설 현장을 위한 손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지난 3일 서울 성동구의 대형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50대 외국인 노동자가 작업 중 추락해 숨지는 사고도 후진국형 산재 가능성이 높다.

사고는 이날 오전 9시 45분쯤 GS건설이 시공을 맡은 ‘청계리뷰자이’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중국 국적의 B씨가 갱폼(거푸집) 해체 작업을 진행하던 중 15층 높이에서 지상으로 추락하면서 발생했다. B씨는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 갱폼이 타워크레인 인양 고리에 걸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사고 직후 성명을 내고 “대부분 갱폼 사고의 원인은 갱폼이 타워크레인 등 인양장비에 매달리지 않은 상태에서 볼트를 먼저 해체하기 때문이고, 이는 다름 아닌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함”이라며 “안전보건규칙에도 ‘인양장비에 매달기 전에 지지 또는 고정철물을 미리 해체하지 않도록 할 것’이 명시됐지만 해당 현장에서 지켜졌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지난 4일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울산 북항 LNG 터미널 공사 현장 3탱크 데크플레이트에서 바닥을 청소하던 40대 노동자 C씨가 사망한 사건도 예방가능했던 사고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작업이 이뤄진 LNG 탱크 내 데크플레이트 위에는 총 8명의 작업자가 있었으며, 이 중 3명이 바닥을 청소하던 중 C씨가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차로 즉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사망했다. 사망 원인으로 고온에 따른 온열질환이 거론되고 있어 예방가능하지 않았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 등은 이번 주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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