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모델을 찾아서
“실버타운, 혼자가 아니라는 안정감이 너무 좋아”
서울시니어스타워, 다양한 동호회 및 24시간 간호팀 활동 … “60대~90대 아우르는 타운문화 선도”
노인 인구층이 다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베이비붐세대(55~64세)는 향후 고령화 단계를 거치며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주택 수요에 있어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후기고령층(75세 이상)의 인구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주거-소득-의료보장의 기본적인 복지정책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1인 및 2인 가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등 복지주택 공급뿐만 아니라 주거 안정성을 위한 다양한 노령인구가 이용 가능한 시설의 확충 필요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전국적으로 고령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 통합돌봄’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노인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가 가능하도록 거주 환경 개선 및 공동주택 공급 등이 모색된다. 더불어 실버타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베이비부머세대의 은퇴자가 급증하면서 지역사회에서 계속 거주 정책의 추진과 더불어 이용자 욕구 맞춤형 실버타운 확산도 요구된다. 관련해서 지난 4일 오후 서울시니어스타워가 운영하고 있는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있는 실버타운 ‘가양타워’를 탐방했다.
#. 김송자씨(80세)는 서울시니어스 가양타워에서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 하루가 바쁘다. 아침에 7시 식사하러 내려오면 저녁 8시에 집(방)으로 간다. 밖에 나갈 시간도 없고 실버타운 안에서 하루 종일 논다. 가끔 옥상 정원에 올라가 햇볕도 쬐곤 한다.
김씨는 가양타워에 온지 2년 7개월이 됐다. 2022년 캐나다에 있는 딸에게 가려고 가방을 싸다가 허리가 골절됐다. 딸이 4개월 동안 김씨를 돌보다가 실버타운을 알게 됐다. 혼자 아파트에 살면서 생각도 못했는데 다치는 바람에 실버타운에 들어오게 된 셈이다.
가양타워에 들어와선 바로 적응이 잘 됐다. 프로그램도 너무 재밌고 친구도 많이 사귈 수 있어 좋았다. 나이보다 엄청 젊어 보이는 비결은 탁구 한국무용 라인댄스도 하고 헬스장에서 운동을 즐기는 것이라고 한다. 성격도 밝고 노는 것 좋아하는데 가양타워에 들어와 더 좋아졌다.
김씨는 “실버타운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안정감”이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 아플까 봐 걱정이고 혼자 있으면 외로울까 봐 걱정인데 이곳은 그 두 가지를 전부 들어줬다고 한다. 우선 건강에 대한 안정감이 생기고 또 24시간 간호사들이 있어 밤에 갑자기 아파도 전혀 두렵지 않다고 했다. 정기적으로 건강 체크도 해 주고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정말 든든하다는 것이다.
김씨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함께 밥 먹을 수 있는 친구들이 있고 같이 난타도 치고 하모니카도 불고 탁구를 칠 수 있고 외로울 틈이 없어요”라며 “혼자가 아니라는 안정감이 가장 크다. 단순히 혼자 사는 집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느낌이 들고 너무 좋다”고 말했다.
◆서울시니어스타워, 의료중심 실버타운으로 주목 = 백나영 서울시니어스타워 노인복지사업 부부문장에 따르면 서울시니어스타워는 1998년 서울 신당동에 국내 최초 도심형 실버타운인 서울타워를 열었다. 그후 총 1600세대, 약 2000명이 거주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실버타운으로 성장했다. 서울지역에 신당동에 서울타워, 등촌동에 강서타워-가양타워, 자곡동에 강남타워를 운영하고 분당 구미동에 분당타워, 그리고 전북 고창에 고창타워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실버타운을 통해 주거, 의료, 복지, 문화, 커뮤니티 기능을 통합한 라이프케어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서울시니어스타워는 ‘의료중심 실버타운’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모기업과 협력병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예방부터 치료·회복에 이르기까지 노년의 건강과 품격있는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실버타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 노년의 우울해소 등 정신건강을 위한 환경조성에 힘쓰고 있다. 백 부부문장은 “정신건강은 병원을 잘 다니고 약을 잘 먹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사회적인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활동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버타운 이용자들은 연령대 폭이 크다. 취향이나 건강 상태를 고려한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있다. 또래와 어울릴 만한 프로그램을 찾아서 가는 게 아니라, 여기에 거주하면 그런 프로그램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간호팀이 24시간 활동한다. 위급 호출기가 울리거나 동작감지 센서가 울리거나 그러면 간호팀이 먼저 세대로 전화를 하고 전화를 안 받으면 2인 1조로 해서 ‘이머전시 카드’로 세대에 들어간다. 그렇게 계약돼 있다. 타워마다 9명의 간호사가 3교대 근무를 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의원급 병원도 있다. 영양제든 주사도 맞을 수도 있고 간단한 진료들은 충분히 받을 수 있다. 굳이 멀리 찾아가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노인들한테 좋은 환경과 프로그램들이 제공되고 있다라는 게 장점이다. 가양타워 1층에 병원이 있고 강서타워에는 강서송도병원이 옆 건물에 있다. 서울타워도 서울송도병원이, 분당타워는 안에 의원이 있다.
◆실버타운 입주 연령대 빨라져 = 보통 실버타운들은 안전하고 편안한 주거를 제공을 한다. 백 부부문장에 따르면 외부에서 서울시니어스타워가 운영하는 실버타운 시설들을 보고 많이 배워 갔다. 엘리베이터에 의자 있는 것은 모든 실버타운들이 하고 있을 것이다. 집에 가면 문턱이 없고 여닫이문도 있지만 안방 같이 많이 쓰는 데는 슬라이드 문으로 돼 있다든가 노인의 생활에 편리한 장치들이 집 안에도 갖춰 있다.
위급 호출도 방 화장실 마다 다 돼 있고 동체감지는 천장에 있어 6시간 이상 세대에 계시는데 움직이지 않았을 때는 위급상황이라고 보고 간호팀으로 호출이 간다. 기본적인 안전과 생활 편의에 대한 것들은 다른 실버타운들도 많이 갖추고 있다.
서울시니어스타워는 여기에 더해 노인들의 문화를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서울시니어스타워에 따르면 회사가 실버타운 사업을 서울부터 시작해 전라북도까지 하고 있다. 그런데 전라북도 고창타워를 이용자들의 평균 연령은 74세다. 서울은 보통 85세 정도가 된다. 실버타운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고 실버타운 입주자들의 연령들도 많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예전에는 나이가 좀 들어서 혼자 혹은 부부 둘만 지내기가 불안함이 있을 때 입주를 알아봤다면 지금은 좀 더 건강한 노후를 위해 6070세부터 입주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건강한 생활을 누리고 관리도 받는 것이다.
백 부부문장은 “노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었다라는 걸 얘기하고 싶다”며 “예전에는 60대 후반부터 80대 중후반이 실버타운에 생활했다면 지금은 실버타운을 60대 초반부터 100대까지 이용한다”고 밝혔다.
◆입주자 함께하는 노년문화 선봬 = 실버타운사업에는 이제 60대부터 90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문화들을 만들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관련해서 가양타워 입주자들은 다양한 동호회와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탁구, 난타, 보드게임, 포켓볼, 합창단, 하모니카, 천주교 모임 등 10여개가 활동하고 있다. 뇌건강 프로그램인 ‘블링블링’ 활동에는 뜨개모임 초·고급반, 실버의자체조, 음악영상, 오후산책, 인기영화, 바둑모임, 건강영상, 보청기점검 등이 있다. 다른 서울시니어스타워의 실버타운에는 유사한 활동이 진행된다.
특히 전북 고창에는 고창타워와 힐링카운티에서는 40여개의 동호회가 운영된다. 아쿠아로빅, 노래교실, 라인댄스, 건강체조, 난타처럼 신체 활동부터 편백나무숲 체험, 등산, 낚시 같은 자연 속 프로그램까지 다양하다. 요리교실, 시문학 특강, 장수춤 등 아카데미 활동과 정기여행, 봉사활동도 이어진다.
백 부부문장은 “젊은 시니어분들한테는 사회적 기여라든가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그런 문화도 만들어 간다”며 “저희가 실버타운만 운영하다가 고창웰파크시티라는 마을에 ‘은퇴자마을’도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고창웰파크시티 은퇴자 마을에는 시니어들이 은퇴는 했지만 풀타임 일을 하지 않아도 힐링도 하면서도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고, 본인들의 주민자치회 같은 동호회 활동도 많이 있다. 활동 프로그램도 동호회원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생산적인 환경을 기반으로 한 일자리 창출도 주목할 만하다. 버섯·허브 재배, 목공예품, 도예교실 등을 통해 입주자 스스로 움직이며 수익을 만들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기회도 열려 있다.
한편 서울시니어스타워 이종균 이사장은 45년간 외과의사로, 30년 가까이 노인복지 실천가로 살았다. 이제 75세로 은퇴를 생각할 나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할 일이 많습니다”라며 단호히 말한다. 이 이사장은 실버산업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의료-복지-돌봄-주거 그리고 노인의 삶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한국사회에서 노인이 삶의 안정감을 더 높이고 공동체 속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또 다른 대안을 더 제시할지 주목된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