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관세전쟁은 국제무역 규칙 훼손”
브릭스서 트럼프 정조준
‘글로벌사우스’ 결집 촉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또다시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 겨냥하며 반서방 연대를 강조했다. 8일(현지시간)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특별 화상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은 “일부 국가는 잇따라 관세전쟁을 일으켜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고 국제 무역 규칙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정 국가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번 정상회의는 올해 브릭스 의장국인 브라질 초청으로 개최됐다. 회의에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비롯해 시진핑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등 핵심 국가 정상들과 이집트, UAE(아랍에미리트), 이란,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등 신흥 회원국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회의는 약 1시간 30분간 진행됐으며 주요 의제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대응과 국제 다자체제 수호였다.
시 주석은 발언을 통해 보호주의·일방주의·패권주의를 거론하며 “브릭스는 지금 중요한 시기에 글로벌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선두에 서서 다자주의와 국제 무역 체제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무역체제 유지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경제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이날도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Global Governance Initiative)’를 언급했다. 이 구상은 지난 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처음 제안된 것으로 주권 평등과 국제 법치, 다자 협력에 기반한 새로운 글로벌 질서 구축을 목표로 한다.
시 주석은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적극 추진하고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의 대표성과 발언권을 높여야 한다”며 개발도상국 중심의 질서 재편을 촉구했다.
시 주석은 최근 중국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을 함께 초청해 반서방 연대의 중심임을 과시했다. 북·중·러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1959년 이후 66년 만이다.
전승절 기념 연설에서도 시 주석은 “세계가 평화와 전쟁, 대화와 대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에 있다”며 미국의 군사·경제 전략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열병식 이틀 전 SCO 정상회의에서도 “냉전적 사고방식과 진영 대결에 반대한다”고 밝히며 반미 기조를 이어갔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 역시 미국의 일방주의적 접근을 비판했다. 그는 “국제 질서의 기둥들이 무책임하게 무너지고 있다”며 “분열을 통한 장악은 일방주의의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또 “브릭스는 경제적 상호 보완성을 바탕으로 협력을 통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언급하며 “1968년부터 핵무기 없는 지역으로 선언된 카리브해에 미국이 군사력을 증강시키며 지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의에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도 화상으로 참여했다. 푸틴은 러시아 소치에서 회의에 참석했으며 그의 발언 내용은 비공개로 처리됐다. 타스 통신은 푸틴 대통령의 연설이 크렘린궁 요청에 따라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