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 LA지역 이민단속 제한 해제
라틴계 타깃 순찰 재개
인종 프로파일링 지속
미국 연방대법원이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이민 단속 제한을 해제했다고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앞서 하급심은 연방 당국이 불법적 인종 프로파일링(외형을 근거로 한 단속)을 동원했다고 보고 단속을 제한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은 이날 서명 없는 간단한 명령문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낸 긴급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정부는 제한을 받지 않고 단속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정부 측 변호사들은 “로스앤젤레스는 불법 체류자가 많은 핵심 대도시”라며 “하급심이 연방 요원의 집행 권한을 부당하게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다수 의견은 구체적 설명을 내놓지 않았지만,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보충 의견에서 행정부의 주장이 설득력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합리적으로 볼 때 연방 요원이 불법 체류 가능성이 높은 지역, 이를테면 일용직 노동자들이 모여 일거리를 찾는 곳에서 단속을 벌이는 것은 상식에 맞으며 기존 판례와도 부합한다”고 적었다. 캐버노는 “만약 대상자가 미국 시민이거나 합법 체류자라면 짧은 접촉 후 곧바로 풀려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대법원의 진보 성향 3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정부가 라틴계 외모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스페인어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저임금 노동자로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을 붙잡는 나라에서 살아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은 행정부가 이민 단속과 추방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을 드러내며 주목을 끌었다. 원고 측에는 이민자 권익단체와 라틴계 주민들이 포함됐다. 원고 측 변호인단은 “하급심 판결은 새로운 법리를 만든 게 아니라, 헌법 제4수정조항이 보장하는 ‘부당한 수색과 구금 금지’ 원칙에 따라 인종·외모에 근거한 단속을 막은 최소한의 조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존 사우어 미 연방정부 법무담당관은 대법원 제출 서류에서 “불법 체류자의 상당수가 스페인어를 쓰고, 일용직·조경·건설업에 종사하는 만큼 이러한 요소를 고려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반박했다.
팸 본디 법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이제 이민세관단속국(ICE)은 더 이상 법원의 과도한 개입 없이 캘리포니아에서 순찰 단속을 이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