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늄 공급 부족…원전 르네상스 제동
기존광산 생산 절반 급감 신규 개발엔 최대 20년 소요
세계적으로 원전 건설 붐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핵심 연료인 우라늄 공급 부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업계는 기존 광산의 생산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신규 매장지 발굴과 투자 없이는 ‘심각한 공급 격차’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원자력협회(WNA) 보고서를 인용해, 현존 광산의 생산량이 2030년에서 2040년 사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 원전 가동에 필요한 우라늄 수요가 2024년 약 6만7000톤에서 2040년에는 그 두 배 를 넘는 연간 15만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현존 광산의 생산량은 같은 기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공급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신규 우라늄 확보를 위해 가동 중단 광산 재가동과 함께 새로운 매장지 탐사, 투자 확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WNA는 “기존 광산이 향후 10년 안에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며 “탐사 강화, 혁신적 채굴 기술, 신속한 인허가와 적시 투자 없이는 공급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우라늄 수요 확대는 에너지 위기와 맞물려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산 석유·가스 의존이 줄면서 유럽 국가들이 원전을 대안으로 적극 검토하고 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술 기업들도 전력 소모가 큰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운영에 원전을 청정에너지원으로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세계 최대 우라늄 생산업체인 카자흐스탄의 카자톰프롬과 캐나다의 카메코가 잇따라 생산 축소를 발표하면서 공급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독일 투자은행 베렌베르크는 “공급 차질 위험이 뚜렷하다”며 “가격 급등을 부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주 열린 WNA 연차총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도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미국 우라늄 업체 에너지퓨얼스의 마크 챌머스 CEO는 “앞으로 더 많은 업체들이 생산 전망치를 줄일 것”이라며 “고령 광산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어 공급 생태계가 균형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 원자력 발전 설비 용량이 2040년까지 746기가와트로 현재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신규 원전 건설이 성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그러나 신규 광산 개발은 탐사에서 생산까지 10~20년이 소요돼 단기적 대응은 어렵다.
보고서는 또 원자로 연료로 쓰이기 위한 우라늄의 전환·농축 과정에도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라늄 농축 시장은 러시아 의존도가 높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주요 문제로 떠올랐다. 세계적인 원자력 전문 기업 오라노의 자크 페티외 부사장은 “오라노가 농축 설비를 확충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생산량은 이미 대부분 고객에게 배정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