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석유기업, 정책성과에도 이익전망 악화

2025-09-09 13:00:20 게재

트럼프 로비로 규제 완화

OPEC+ 증산 유가하락 압박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환경 규제를 완화하면서 석유업계는 막대한 정치자금을 투자한 보상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미국 석유 재벌들이 트럼프 대통령 재선을 위해 수천만달러를 쏟아부었고, 이에 힘입어 연방정부가 광대한 국유지와 해역을 시추에 개방하고 환경규제를 대폭 철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롤드 햄 콘티넨털리소시스 창업자, 마이크 워스 셰브론 CEO, 대런 우즈 엑손모빌 CEO 등은 백악관과의 밀착 접촉을 통해 정책 영향력을 강화했다. 토비 라이스 EQT CEO는 “의심할 여지 없이 이 행정부는 에너지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석유업계는 사실상 행정부의 최우선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특히 기후변화 규제를 정면으로 되돌리고 있다. 환경보호청(EPA)은 2009년 채택된 ‘온실가스는 인류 건강과 복지를 위협한다’는 판정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이 규정은 발전소·자동차·항공기·매립지·석유가스 생산 활동에서 나오는 배출을 규제하는 근거가 돼왔는데, 업계는 이를 “환경규제의 뿌리”라고 불렀다.

아파치 코퍼레이션과 계약한 굴착 장비가 텍사스 서부 퍼미안 분지 셰일층에 고여 있는 원유를 시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석유업계는 이를 강력히 환영했지만 환경단체들은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 오바마 행정부 과학기술정책실장을 지낸 존 홀드렌 하버드대 교수는 “이것은 미국 경제와 경쟁력, 환경에 모두 나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업계의 정치적 승리는 곧바로 시장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WSJ은 미국산 원유 가격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배럴당 약 76달러에서 최근 62달러로 떨어져 다수 기업의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겹치며 시추 비용까지 상승, 업계는 수익성 악화와 인력 감축 압박을 받고 있다. 코노코필립스는 최대 25% 감원을 발표했고, 셰브론도 올해 최대 20% 인력 축소 계획을 내놨다. 중견 셰일업체들은 파산 우려 속에 신규 투자를 줄이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생산설비 가동을 축소하고 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보도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OPEC+가 7개월 연속 증산을 이어가고 있으며, 오는 10월 하루 13만7000배럴 추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공급 증가분은 약 6만배럴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은 이미 공급 과잉을 우려하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은 최근 배럴당 65.50달러로 마감했으며, 이는 올해 4월 기록한 58달러보다는 높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노르웨이 리서치업체 리스트라드 에너지의 호르헤 레온은 “2분기와 3분기에는 OPEC+가 비교적 무리 없이 생산을 늘릴 수 있었지만, 4분기에 잉여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결정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려는 전략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석유업계는 정치적 규제완화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 하락과 비용 증가로 수익 전망이 오히려 어두워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유가를 40달러 이하로 낮추길 원한다고 밝혔지만, 업계 경영진은 이는 업계를 파산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은 낮은 유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생산 축소와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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