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더 센 특검법’ 저지 총력전
이 대통령에 ‘재의요구권 행사’ 요청
추미애 위원장 상대로 권한쟁의 청구
국민의힘이 ‘더 센 특검법’을 막기 위해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 요청, 권한쟁의 심판 청구 등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여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에 맞서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을 최대한 동원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압도적인 의석수를 가진 여당 앞에서 국민의힘이 수적 열세의 한계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8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오랫동안 되풀이돼온 정치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며 ‘더 센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 행사’를 요청했다.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첫 오찬 회동에서 장 대표는 “민생을 살리고 정치를 복원하고자 한다면 지금 특검을 연장하겠다는 법안이나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겠다는 법안에 대해선 대통령이 과감하게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주십사 하는 건의를 드린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이런 법안이 결국 대통령의 뜻과 같은 것 아니겠냐고 국민께선 오해하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의 야당탄압, 내란몰이 언급에 대해 이 대통령은 “정치가 만인 대 만인의 투쟁으로 번져선 안 된다”면서 “정치의 사법화를 우려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민의힘 의원 다수는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 수사대상에 올라 있는 상태다. ‘더 센 특검안’은 이 3대 특검의 수사 기간·범위·인력을 대폭 확대하고, 특히 내란특검 재판의 경우 1심을 의무적으로 중계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으며 오는 11~12일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더 센 특검법’을 야당탄압의 수단으로 보고 있는 국민의힘은 8일 추미애 법사위원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추 위원장이 법안 심사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이유에서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성명서에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지난 4일 열린 국회 법사위에서 여야 간 이견이 첨예하고 위헌적 요소가 다수 포함된 조은석·민중기·이명현 특검 관련 개정 법률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간사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안건조정위원을 선임했고, 형식적인 안건조정위원회를 거쳐 단독 의결 처리했다”면서 “이는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위헌적 행위로, 그 효력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절차적 하자를 근거로 법안의 효력을 다투겠다는 의도지만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 심판에서 이미 통과된 법안을 무효화하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 2022년 ‘검수완박’으로 불린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을 두고도 권한쟁의 심판이 진행됐는데 당시 헌재는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법률안 가결선포행위는 유효하다고 결정한 바 있다.
본회의에 ‘더 센 특검법’이 상정될 경우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카드도 검토중이다. 하지만 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이 18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 필리버스터 종결을 위한 표결 요건(재적 의원 3/5 이상 찬성)을 충족하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진행됐던 방송3법, 노란봉투법 처리 때와 마찬가지로 필리버스터가 시작되더라도 24시간이 지나면 토론이 강제 종료되고 이후 법안 처리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