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난초·일본 렌즈·한국 라면 미국 수출 직격탄
트럼프 관세정책에 타격
아시아 틈새 산업 흔들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충격을 주면서 아시아의 틈새 수출 산업들마저 뒤흔들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는 트럼프 관세 여파로 대만의 난초 농가에서 일본의 광학기기 업체, 한국 라면 기업에 이르기까지 각국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이 위협받는 현실을 조명했다.
대만 반도체처럼 전략적 핵심 산업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중소 규모의 수출품목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현지 농가와 기업들은 수익이 사라지고 주문이 취소되는 상황에 직면했으며,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들조차 미국 시장에서 생존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대만 전체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은 아직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서 제외돼 있다. 그러나 TSMC 최신 공장이 들어서는 곳에서 불과 30분 거리의 허우비에서는 난초 재배 농가들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대만 난초 기술단지는 미국 생화 난초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한다. 300여개의 중소기업이 지난해 해외로 6800만그루의 묘목을 수출했으며, 금액으로 1억9000만달러에 달했다. 이 가운데 3분의 1은 미국으로 향했다.
샤밍농업의 임펑페이 매니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4월 10% 관세를 전면 부과한 뒤 7월까지 수출이 20%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8월 미국이 대만산 수입품에 20% ‘상호 관세’를 적용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대만 난초협회 증춘피 사무총장은 “환율 상승과 겹쳐 수익이 완전히 사라졌다”며 “고객들이 추가 비용을 부담하려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대만 전체로 보면 난초 수출은 총수출의 0.04%에 불과하다. 그러나 허우비 지역은 인구 2만1000명 중 1800명이 난초단지에 고용돼 있어 충격이 불가피하다.
일본 후쿠이현 사바에에 본사를 둔 이누이렌즈는 생산품의 70%를 미국에 수출한다. 내년 1월 출시 제품 가격은 이미 확정됐지만, 향후 모델에 대해서는 15% 관세 부담을 누가 떠안을지를 두고 치열한 협상이 예상된다. 이누이는 이탈리아, 독일 업체들과도 경쟁하지만, “실제 위협은 저가 공세를 펼칠 중국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후쿠이현의 대미 수출액 240억엔 가운데 절반이 광학기기다. 현 당국은 보조금 제도를 통해 대규모 고용 충격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K팝과 영화로 대표되는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한국 즉석라면 수출은 지난해 14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관세 부과 이후 미국 시장은 흔들리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 라면 수출액은 142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8% 감소했다.
‘불닭볶음면’으로 유명한 삼양식품은 관세 부담으로 미국 주요 유통업체들과 인상 폭을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매출 1조7300억원 가운데 80% 가까이를 해외에서 벌었으며, 이 중 28%가 미국 수출이었다. 관세 장벽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 내 한류 소비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 테무가 관세 부과로 인한 혼란을 겪은 뒤, 경쟁사 쉬인과의 격차를 만회하기 위해 미국 시장에 대대적인 할인 공세로 복귀하고 있다고 9일 블룸버그가 전했다. 쉬인이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성장세를 회복한 탓에 테무의 모기업인 핀둬둬 홀딩스는 최근 전략를 바꾼 듯하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그러나 매출 회복은 쉽지 않다. 중국내 테무 판매자 대부분은 최근 몇 주간 매출이 여전히 감소했다고 전했다. 특히 여러 미국 전자상거래 채널을 병행하는 판매자들 사이에서 테무는 광고비 축소 이후 가장 성과가 떨어지는 채널로 전락했다.
중국 내 다수 판매자들은 마진이 줄더라도 미국 판매 채널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가격 인하에 동의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