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후불결제 시장 성장 가속

2025-09-10 13:00:01 게재

클라르나 IPO, 성장성 부각

2030년 시장 1조달러 전망

후불결제(BNPL: Buy Now Pay Later) 시장이 다시 성장 궤도에 올랐다. 스웨덴의 클라르나는 최근 뉴욕증시에 상장이 예정돼 기업가치를 약 140억달러로 책정했다. 2021년 정점인 465억달러에 비하면 낮아진 수준이지만, 투자자 관심을 끌며 업계 전반의 장기 성장성을 다시 부각시켰다.

미국의 어펌(AFRM)은 순수 BNPL 상장사 중 대표격으로 꼽힌다. 아직 본격적인 이익 창출 단계는 아니지만 매출대비가격 비율(P/S)이 6배를 넘으며 성장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페이팔(PYPL) 역시 비교적 안정적인 밸류에이션을 유지하면서 ‘페이 인 4(Pay in 4)’ 같은 BNPL 상품을 확대해 점유율을 유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최근 나스닥에 상장한 시즐(SEZL)은 고성장을 입증했다. 2025년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했고, 총거래액(UMS)은 40% 가까이 늘었다. 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영업이익률(EBITDA margin)은 30%를 웃돌았다. 다만 금리상승 국면에서는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높은 할인율이 적용되면서 밸류에이션이 다시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규제 변화까지 맞물릴 경우 성장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호주의 집코(ASX: ZIP)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존재감을 키우며 글로벌 확장을 꾀하고 있으며, 블록(SQ)이 인수한 애프터페이는 미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 전망은 밝다. 시장조사기관 핀테크퓨처스(FinTech Futures)의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BNPL 거래 규모는 2024년 약 5000억달러에서 2025년 5600억달러를 넘어섰고, 2030년까지 1조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10%를 웃돌며, 특히 아시아·태평양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북미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인도의 경우 2025년 약 300억달러에서 2030년 800억달러까지 성장해 연평균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용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기준 전 세계 BNPL 사용자는 3억6000만명을 넘어섰고, 2027년에는 9억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의 구매 가능성을 높이고 거래 규모를 확대하는 효과가 입증되며, 유통업체들은 앞다퉈 BNPL 옵션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신용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 조사에 따르면 BNPL 이용자의 40% 이상이 미납 경험이 있었으며, 특히 Z세대는 복수의 BNPL 대출을 동시에 이용하는 비율이 높다. 이에 따라 미국의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BNPL 거래 이력을 신용점수에 반영하기 시작했으며, 일부 금융기관은 과도한 이용자를 잠재적 리스크로 보고 경고 조치나 한도 축소 등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어펌의 경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따른 성장 잠재력이 높게 평가된다. 미국 전자상거래가 연평균 8% 성장하고 BNPL이 12% 이상 성장할 경우, 어펌의 거래액과 매출, 영업수익은 50%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BNPL 시장은 성장성과 유망성이 뚜렷하지만 밸류에이션 부담, 부실율 관리, 규제 변수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각 기업별 성장 전략과 리스크 관리 능력, 밸류에이션 적정성을 함께 고려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양현승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