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기업 테더, 금광 투자 논의
상반기 57억달러 순이익
금괴담보로 신뢰 확보 모색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운영사 테더가 금광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암호화폐로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을 실물 자산인 금에 재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사정을 아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테더가 최근 광산·정제·지분투자 기업 등 금 공급망 전반과 투자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은 수천 년간 가치 저장 수단이었고 비트코인은 2009년 이후 급부상한 디지털 자산이지만, 두 자산을 연결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것이다. 파올로 아르도이노 테더 최고경영자는 금을 ‘자연산 비트코인’이라고 부르며, 통상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 부르는 기존 인식과는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금은 자연이 부여한 원천적 자산이며, 비트코인과 보완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금광업계에서는 “테더의 전략이 뚜렷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며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테더는 달러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USDT를 운영하며 시가총액 1680억달러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에만 57억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암호화폐 기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회사는 USDT 가치를 담보하기 위해 대규모 미국 재무부 단기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로부터 막대한 이자 수익을 얻는다.
아르도이노는 금이 국가 통화보다 안정적인 자산이라고 강조해왔다. 실제로 테더는 스위스 취리히 금고에 87억달러 규모의 금괴를 보관 중이며, 이를 스테이블코인 담보로 활용하고 있다. 6월에는 캐나다 토론토 증시에 상장된 금 채굴 지분투자회사 엘리멘털 알투스의 지분을 1억500만달러에 매입했고, 최근 경쟁사 EMX와의 합병 발표에 맞춰 1억달러를 추가 투자했다.
다만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금광 투자사 테라노바 리소시스와 진행한 협상은 무산됐다. 테더가 발행한 금 기반 암호화폐 XAUt도 존재하지만, 시가총액은 8억8000만달러 수준으로 USDT와 비교하면 미미하다.
테더는 원자재 무역금융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원유와 광물 등 원자재 화물 운송에 필요한 단기 자금을 공급하면서 거래 규모를 크게 늘렸고, 이 과정에서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금융 계약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테더가 암호화폐를 넘어 실물 금융시장에서도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지털 자산과 금을 연결하려는 시도는 테더만의 행보는 아니다. 나스닥에 상장된 블루골드는 가나 금광의 채굴권을 둘러싼 분쟁 속에서도 향후 생산량을 토큰화해 유통할 계획을 내놨다. 블루골드의 앤드루 카바한 최고경영자는 “금으로 뒷받침되는 토큰은 실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뢰를 줄 수 있고, 세계적 화폐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