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사무총장 ‘불편한 동거’

2025-09-10 13:00:16 게재

공수처·특검 수사대상 최재해 감사원장

개혁 지휘할 사무총장에 ‘친여’ 정상우

대통령 직속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수장과 실무 총괄 책임자가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게 됐다. 윤석열정부 시기 정권 코드에 맞춘 정치·표적 감사 의혹으로 수사대상에 올라 있는 최재해 감사원장은 윤석열정부 출범 후 감사원을 떠났던 이를 신임 사무총장으로 맞이하게 됐다. 정부 여당의 사퇴 압박에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최 원장은 ‘감사원 개혁’ 과제를 이행할 새 사무총장과 두달여간 함께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사말 하는 최재해 감사원장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2024년도 결산안이 처리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오는 11월 12일 퇴임 예정인 최 원장은 전임 정부 시절 벌어진 ‘정치 감사’ 논란의 중심에 있다. 그는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 표적 감사 의혹’으로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으며 최근 공수처로부터 피의자 신분 소환 통보까지 받은 상태다. 최 원장은 전 전 위원장을 사직시키기 위해 정기감사 대상이 아닌 권익위에서 특별감사 명목으로 각종 자료를 제출받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원장은 대통령 관저 이전과 관련해 ‘봐주기 감사 의혹’으로 김건희 특검 수사대상에도 올라 있다. 대통령 관저 공사 업체 선정 과정에서 제기된 김건희 여사의 관여 의혹이나 특혜 여부 등에 대해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사드 배치 △탈원전 △부동산 통계 조작 등 문재인정부 주요 정책에 대해서는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감사를 진행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 감사’ 논란을 빚은 최 원장의 임기가 두 달여 남은 상황에서 감사원 사무총장 자리에 ‘친여’ 성향의 정상우 전 본부장이 와 감사원 개혁의 실무지휘를 맡게 됐다.

9일 최 원장은 정 전 본부장을 사무총장으로 임명 제청한다고 밝혔다. 최 원장의 제청 과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인선이다. 정 전 본부장은 대통령의 재가가 나오는 대로 사무총장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정 전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7~2018년 청와대에 파견돼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일했으며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2년 1월 지방행정 감사를 총괄하는 공직감찰본부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바뀐 후 같은 해 7월 명예퇴직했다. 정 전 본부장은 “검찰 수사 중인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을 감사하는 건 맞지 않다”고 비판해 최 원장과 갈등을 빚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추천 몫으로 국민권익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임명됐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정 전 본부장은 제36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1992년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1998년 감사원으로 옮겨와 국토해양감사국장, 산업금융감사국장, 감사교육원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한 바 있다.

감사원은 정 전 본부장 제청 이유에 대해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주제의 감사를 지휘해 국민의 편익을 증진하는 데 힘썼다”면서 “2020년 실무직원들이 실시한 ‘관리자 리더십 평가’에서 ‘닮고 싶은 관리자’ ‘가장 탁월한 관리자’에 선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2024년 ‘병역명문가’에 선정되는 등 고위공직자로서 타의 모범이 됐다”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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