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 대우건설, 전국 105개 현장 작업 중단
9일 시흥시 아파트 건설현장서 사고
크레인 고정 철제 계단 분리돼 참변
시공능력평가 3위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은 경기 시흥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10일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전국 모든 현장 작업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경찰과 노동당국에 따르면 9일 오후 3시 34분쯤 경기 시흥시 정왕동 거북섬 내 푸르지오 디오션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50대 A씨가 숨지는 사고가 났다. 사고는 옥상인 26층에서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철제 계단을 설치하던 중 발생했다. 크레인으로 고정됐던 철제 계단 한쪽이 분리되면서 A씨의 머리 부위와 부딪힌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고 직후 현장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공사 관계자 등 목격자를 상대로 사고 경위 조사에 나섰으며, 추후 책임자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도 현장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원인 파악을 하는 한편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크레인 양쪽에 철제 계단이 걸려 있었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한쪽이 떨어져 기울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은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은 총 4개동 400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지하 2층 지상 최고 35층으로 내년 2월 완공 예정이다. 최종 조사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원인을 알겠지만 크레인과 철제 계단을 연결해 놓은 부분이 갑작스럽게 풀리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꼼꼼히 점검했다면 예방 가능한 후진국형 산재사고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후진국형 산재는 안전장치와 수칙 준수 등으로 예방할 수 있음에도 대다수 사망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고를 말한다. 추락·충돌·끼임·넘어짐·물체에 맞는 등의 사고가 이른바 ‘5대 후진국형 재해’로 꼽힌다.
앞서 지난 4일에는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울산 북항 LNG 터미널 공사 현장에서 온열질환으로 의심되는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업계에서 가장 많은 사망사고를 기록한 기업으로 꼽힌다.
노동부 등에 따르면 대우건설 현장에서는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지난 3월까지 총 11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12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사망한 노동자들은 모두 하청 소속이다. 지난해의 경우 6건의 중대재해로 7명이 사망했고, 올해 들어서도 잇따라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김보현 대우건설 사장은 10일 사과문을 통해 “대표이사인 저부터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반성한다”며 “현장에서 체감하고 변화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강구하겠다”고 사과했다. 대우건설은 이와 함께 전국 105개 현장 작업을 중단하고, 안전 관련 미비점을 개선한 뒤 최고안전책임자(CSO)가 현장의 안전 대비 상태를 확인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작업 재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또 외부 전문가 특별 점검을 추가로 하고, 재해 발생 빈도가 높은 시간대에 현장을 집중 점검하는 등 안전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현장 불시 점검도 확대 시행한다.
이 외에도 대우건설은 위험도가 높은 작업을 계획하기 전 승인 절차를 강화하고, 작업을 진행할 때는 안전관리 감독자가 상주하는 체계를 보완하기로 했다. 관리감독자 및 안전·보건 관리자 등 현장 인력 충원, 협력 업체 특별안전교육 시행, 외국인 근로자 관리 방안 개선 등 예방조치도 강화할 방침이다.
한편 ‘산재와 전쟁’을 사실상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도 후진국형 산재사고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에서 반복되는 산업재해에 대해 “진짜 이해가 안 된다. 엄벌해야 한다”며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사 현장 추락 사망사고와 관련해 “충분히 예측되는 뻔한 추락 사고가 반복된다”며 “통상적 안전 조치만 했으면 안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이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가깝다. 뻔한 건 엄벌 좀 하시라”며 “어떻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툭 하면 떨어져 죽나”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법무부와 경찰, 고용노동부를 향해 “계속 재발하는 게 말이 되나. 몇 달째 계속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며 “엄히 신속히 처벌하라. 더 신경 써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