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발전5사, 5년간 산재 517건 발생
허종식 의원 ‘낮은 안전감수성’ 지적
같은 기간 사망자 5명 전원 하청소속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발전 5개사에서 최근 5년여간 517건의 산업재해로 모두 52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기간 동안 발생한 사망사고 피해자들의 경우 모두 하청노동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허종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수원과 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산업재해 발생 건수는 517건, 사상자는 528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총 5명이다. 이 중 2명은 올해 동서발전과 서부발전에서 각각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지난 6월에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내 한전KPS 태안화력사업소 기계공작실에서 재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김충현씨가 혼자 발전설비 부품을 절삭 가공하다 기계에 끼이는 사고로 생명을 잃었다.
또한 7월에는 강원도 동해시 구호동 한국동서발전 동해화력발전소에서 근무 중이던 30대 노동자가 비계 해체 작업 중 약 8m 아래로 추락했다. 사망한 노동자는 하청업체 소속 단기 노동자였으며, 사고 당시 발판 사이의 빈틈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발생 후 대책위는 입장문을 내고 “지난 6월 2일, 태안화력에서 고 김충현 노동자가 사망한 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동서발전 동해화력에서 같은 비극이 되풀이됐다”며 “죽음의 발전소, 정부가 제2의 김충현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고 김충현씨 사고와 관련해 발전 5개사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기획감독을 실시한 바 있다.
사상자의 고용형태별로는 84.7%(443명)가 하청(협력사) 노동자로 나타났다. 사망자 5명도 모두 하청 소속이다.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가 산재 사망사고의 주요 원인이며, 이를 줄이려는 정부가 풀어야 할 주요한 과제라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가 내재화 전면화되면서 기업이나 공공부문이 위험한 업무를 하청업체로 이전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 때문에 하청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비율이 높다.
기관별로 사상자 중 하청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동서발전이 94%로 가장 높았다. 이어 남부발전(89%), 한수원(85%), 중부발전(82%), 남동발전(82%), 서부발전(74%)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 5년여간 총 517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관련자 등에 대한 징계 처분은 모두 8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청과 하청을 합쳐 가장 많은 사고가 발생했고 2021년 사망사고를 냈던 한수원도 관련자에 대한 별다른 징계조치는 없었다.
한편 징계사유로는 대부분 안전절차 미준수나 안전관리 미흡 등이 꼽힌 가운데 서부발전의 경우 ‘회사의 체면 또는 신용 손상’을 언급하기도 했다.
발전 5개사의 산업재해 예방 예·결산을 보면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보다 2.3% 증가한 3조3000억원으로 책정됐다. 다만 내년도 예산 증가 폭은 전년의 17.6% 대비 15.3%p 줄었다.
허 의원은 “사고를 기업의 체면 문제로 치부하는 낮은 ‘안전감수성’으로는 산업재해를 막을 수 없다”면서 “생명 앞에서는 원청과 하청의 구분이 없기에 실질적이고 책임있는 실행을 통해 ‘위험의 외주화’를 반드시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