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불안하면 나는 좋다
고3의 9월 평가원 모의고사가 끝난 직후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진행 중입니다. 학생들도 불안하고 학부모님들도 불안한 때입니다. 수능 파이널, 논술 파이널로 제 스케줄도 매우 타이트함에도 불구하고 수시 원서 상담을 하느라 저도 참 애를 많이 쓰게 되는 때입니다.
이 시기에는 불안감을 극대화해서 큰 수익을 창출하려는 각종 컨설팅들이 난무합니다. 우리 아이를 하나도 모르는 사람들이 숫자 몇 개를 집어넣고 단순히 합격 가능성만 고려하고 아이의 장기적인 미래에는 관심도 없습니다. 그 잠깐의 시간의 컨설팅은 수십만 원의 비용을 요구하며 부모님의 부담을 가중시킵니다. 그런 것도 상담이랍시고 우리의 불안감을 노립니다.
제가 오랜 시간 학생들의 입시상담 및 진학지도를 하면서 목표하는 것은 언제나 학생의 미래입니다.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산업의 변화, 국가 정책, 해외 신기술 등 아주 많은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학생들의 장기적인 진로를 함께 고민하는 선생은 요즘 세상엔 참 드뭅니다. 최대한 네임밸류가 높은 의대를 가고자 하는 수많은 학생들이 있지만, 각 의대별로 인턴 및 레지던트의 모집 TO가 얼마나 많은지, 의대 안에서 희망하는 전공을 선택하기가 얼마나 용이한가까지 알고 지망하는 학생은 드뭅니다. 예를 들면 피부과 전문의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중앙대 의대와 삼룡의(한림의, 순천향의, 인제의) 중 어떤 선택이 유리한가 등을 정확하게 알기가 어렵고 컨설팅 업체들도 단기 알바 형태로 고용한 사람들에게 파편적인 지식만 전달하고 학생들에게 추상적인 얘기밖에 못 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의 불안감은 잘못된 선택을 하게 만듭니다. 들어야 할 얘기를 들으려 노력하기보다 듣고 싶은 얘기를 듣게 되기 쉽습니다. 모두가 불안감을 느낄 때 이것은 오히려 우리 아이에게는 좋은 일일 수 있습니다. 열심히 훈련한 운동선수가 많은 활약을 하게 되는 것처럼 공부를 열심히 하면 좋은 학교에 진학할 수 있습니다. 불안감을 느낄수록 그 마음을 이길 정도로 남은 기간 더 노력하는 학생들이 되기 바랍니다. 쉬운 길은 없습니다.
해병수학 김통영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