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조직개편에 석유화학 구조조정도 ‘먹구름’
금융위 ‘구조조정 기능’ 기재부에서 분리되는 재경부로 이관될 듯
금융권 지원 동력 약화 우려 … 향후 기업 구조조정 줄줄이 대기
금융위원회가 해체되고 금융감독원이 쪼개지는 금융당국 조직개편으로 석유화학 등 향후 기업구조조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금융위의 기업 구조조정 기능이 기획재정부로 이관될 수 있고 신설되는 재정경제부가 맡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업 구조조정은 채권 금융기관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진행해야 하지만 금융권과 접점이 약한 기재부(분리 후 재경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당장 석유화학 산업재편을 이끌고 있는 금융위의 추진 동력도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은 재경부로 이관되고, 금융위는 감독 정책만 담당하는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로 간판을 바꿔 달게 된다. 금융위 해체로 금융위 직원들은 내부적으로 사실상 갈라진 상황이다. 재경부로 옮겨가는 인력과 금감위에 남는 인력을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업무를 어떻게 나눌지를 놓고도 의견이 갈려서 직원들 간에 어느 편에 설지 입장을 정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의 중심에는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있다. 권 부위원장은 지난달 5대 시중은행, 정책금융기관들과 ‘석유화학 사업재편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석유화학 업계를 향해 “자기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구체적이고 타당한 사업재편계획 등 원칙에 입각한 행동을 보여달라”고 밝혔다. 권 부위원장은 구조조정에 대한 업계의 불만과 지원 요청에 대해 “물에 빠지려는 사람을 구해주려고 하는데 보따리부터 내놓으라는 격”이라며 작심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직개편에 대한 반발로 금감원의 업무가 사실상 중단될 가능성이 있고, 금융위 직원들도 업무에 전념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금융권은 이달 말까지 석유화학 기업의 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공동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현재 금융당국과 논의를 진행 중이다. 협약이 체결되면 석유화학 기업에 대한 은행권의 자금회수가 중단되고 만기가 연장될 예정이다.
협약에는 기업들이 생산 시설 감축안을 비롯한 대주주의 자구노력 등이 포함된 구조조정 방안을 제출하고, 실효성 있는 시장 차입금 해결방안을 마련할 경우 필요시 신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2가지 조건을 해결한 석유화학 기업에 대해서만 자금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은행들은 석유화학 기업들의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고 신규 자금 지원은 이뤄지기 어렵다. 금융위가 금융지원을 내세우며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것도 금융회사에 대한 금융감독권이 있고 금감원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조직개편으로 이 같은 기능이 분리되면 금융감독권이 없는 재경부가 직접 금융권의 지원을 추진하더라도 추진 동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고 금감위의 협력이 필요해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재경부에서 구조조정과 관련된 지원을 금감위와 금감원에 요청할 텐데 원활하게 협조가 이뤄질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산업재편 이외에도 자동차 부품업계의 위기 등 구조조정 이슈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중심으로 전환되고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할 경우 영세한 국내 협력업체들의 줄도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향후 발생할 기업 구조조정 이슈에 긴장하고 있지만, 조직개편 문제로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