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침공 러시아 드론, 격화되는 진실 공방
격추후 나토 긴급협의 요청
러 “근거 없다” 정면 반박
폴란드가 자국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을 격추한 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조약 제4조 발동을 요청하며 긴급 협의에 들어갔다.
폴란드 정부는 10일(현지시간) 자정 무렵부터 오전까지 모두 19건의 드론 영공 침범 사례가 있었으며, 3~4대의 드론을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네 번째 드론이 격추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상당수는 벨라루스를 통해 국경을 넘어왔다”고 밝혔다.
나토 조약 제4조는 회원국이 영토 보존이나 정치적 독립, 안보에 위협을 받았다고 판단될 경우 동맹국들과 긴급 협의를 요청할 수 있는 조항이다. 나토는 폴란드 요청에 따라 즉각 북대서양이사회(NAC)를 소집해 관련 논의에 들어갔다. 이 조항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에도 발동된 바 있어 유럽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드론 격추에는 폴란드 공군뿐 아니라 나토의 방공 시스템과 전투기가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투스크 총리는 이번 사태를 “우리 군과 나토 동맹, 그리고 대응 절차에 대한 첫 번째 시험대였다”며 “이를 성공적으로 통과했다”고 자평했다. 또 “러시아의 대규모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폴란드의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공식 성명에서 “폴란드 내 목표물을 타격할 계획은 전혀 없었다”며 “해당 드론이 영공을 침범했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믿음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나토 회의에서조차 러시아발 드론이라는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크렘린궁은 이번 사태에 대한 논평을 거부하면서도 “이는 국방부 소관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러시아 우방국인 벨라루스도 상황 설명에 나섰다. 벨라루스군 참모총장 파벨 무라베이코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드론 공격 중 전자전 장비에 의해 드론이 경로를 이탈한 것”이라며 “우리 공군이 이를 추적해 일부는 격추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해당 드론이 러시아 소속인지, 우크라이나 소속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드론 잔해도 발견되고 있다. 폴란드 국영 방송 TVP는 드론 한 대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250km 떨어진 중부 므니슈쿠프 지역에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드론은 이란제 샤헤드 드론을 개량한 러시아의 ‘게란2’ 기종으로 연료 고갈로 인해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드론은 국경 인근 비리키 지역의 주택가에 떨어져 지붕이 파손되는 등 민간 피해도 발생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