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태양광 도로설비에 ‘숨은 통신장치’ 경고

2025-09-11 13:00:05 게재

중국산 인버터 원격조작 의심

중국 "왜곡·모독" 강력 반발

미국 정부가 태양광 기반 고속도로 인프라에 은밀히 설치된 무선 통신 장치의 존재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충전기, 도로변 기상관측 장비, 교통카메라 등 주요 장비 내부 배터리와 전력 변환 장치(인버터)에 숨겨진 이동통신 모듈이 들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방고속도로청(FHWA)은 지난달 말 각 주 교통 당국에 보낸 4쪽 분량의 보안 권고문에서 이런 위험성을 지적했다고 로이터가 단독 보도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중국산 기술의 인프라 침투에 대한 우려를 교통 부문으로까지 확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권고문에 따르면 일부 해외 제조 인버터와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에서 제품 사양에 기재되지 않은 휴대전화 통신 칩이 발견됐다. 문건은 특정 국가명을 명시하지 않았으나, 전력 변환 장치 상당수가 중국에서 제조된다는 점이 지목된다.

미 당국은 충전식 배터리를 제어하는 전자 시스템에 은밀히 통신 장치가 심어져 있을 경우, 중국 정부 지시에 따라 원격 조작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조지메이슨대 아노마다르시 바루아 교수는 전력 변환 장치의 보안 취약성을 지적하며, 악성 통신 장치가 설치될 경우 전력 과부하를 일으키거나 명령 체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막대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나아가 자율주행차 도로 운행을 보조하는 시스템까지 교란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앞서 로이터는 지난 5월 미 에너지 당국이 중국산 전력 변환 장치와 배터리에서 불법 통신 장치가 발견된 사실에 우려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달 덴마크의 산업단체 ‘그린 파워 덴마크’도 자국 전력망용 수입 장비에서 정체불명의 전자 부품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방교통부는 이번 권고가 “공개되고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 보고를 종합해 교통 운영기관들이 실질적인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중국의 에너지 인프라 성과를 왜곡하고 모독하는 행위에 반대한다”고 반박했다.

연방고속도로청은 이번 권고에서 인버터와 배터리 내부에서 발견된 ‘숨겨진 이동통신 장치’가 국가 차원의 평가 결과 잠재적 위험 요소로 판명됐다고 지적했다.

8월 20일자 권고문은 해당 장치들이 교통표지판, 카메라, 기상관측소, 태양광 휴게소와 창고, 전기차 충전기 등 미국 전역 고속도로 기자재에 쓰이고 있다며, 동시다발적 장애 발생과 은밀한 데이터 탈취 위험을 경고했다.

이에 따라 각 주와 기관에 전력 변환 장치 재고 조사, 주파수 분석을 통한 비정상 통신 탐지, 확인된 불법 통신칩 제거, 네트워크 분리 보강 등을 주문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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