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SW기업 오라클 ‘AI 주도주’ 부상

2025-09-11 13:00:07 게재

대규모 계약에 주가 36%↑

계약 이행이 최고 과제

오라클 코퍼레이션의 회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래리 엘리슨이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식 중 백악관 집사무실에 앉아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인공지능(AI) 열풍을 계기로 하루 만에 주가가 36% 급등하며 33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 회사 공동창업자 래리 엘리슨 회장은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를 제치고 장중 세계 최고 부자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오라클 주가는 35.95% 오른 323.33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43% 급등해 345.72달러를 찍으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2440억달러 불어나 9222억달러에 달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엘리슨 회장의 자산은 이날 하루에만 1010억달러 늘어 3930억달러로 추정됐다.

이번 급등의 배경에는 오라클이 공개한 대규모 AI 계약이 있다. 회사는 최근 분기에 고객 3곳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 4건을 체결했고, 그 결과 ‘잔여 이행 의무’(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RPO)는 4550억달러에 달하며 전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사프라 캐츠 CEO는 “이번 분기는 놀라웠고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에 대한 수요는 계속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계약에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샘 올트먼의 오픈AI와 함께 추진 중인 5000억달러 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가 포함됐다. 여기에 머스크의 xAI, 메타 플랫폼스 등 굵직한 고객사와의 협력도 포함돼 있다.

분석가들은 오라클을 AI 시대의 ‘최고 수혜주’로 평가한다. 멜리우스 리서치는 “오라클의 주문 잔고는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역사적”이라 했고, 도이체방크는 “AI 인프라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고히 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라클을 게임용 칩 회사에서 출발해 세계 최대 기업으로 성장한 엔비디아에 견주며 “새로운 엔비디아”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오라클은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이 올해 180억달러에서 향후 4년간 320억달러, 730억달러, 1140억달러, 1440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과 몇 년 만에 8배 이상 성장한다는 청사진이다.

그러나 과제도 명확하다. 우선, 이번 급등에는 계약금 규모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시각이 있어 실제 수익 실현까지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오라클이 보유한 막대한 잔여 이행 의무를 수익으로 전환하려면 전력 인프라, 인허가, 엔비디아 GPU 같은 핵심 장비 조달이 필수적이다. 또한 오라클의 전통적 사업은 50%대 고마진이었지만, AI 인프라 임대 사업은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 수준이거나 일부는 적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라클의 전략은 업계에서 차별화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코샤은행의 패트릭 콜빌 애널리스트는 오라클의 강점으로 “최고 수준의 기술 전문성, 자본 접근성, 엔비디아의 강력한 지원, 그리고 독립성”을 꼽았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 등 기존 클라우드 강자들이 AI 매출을 별도 공개하지 않는 와중에, 오라클은 구체적인 수치와 공격적인 목표를 내세우며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오라클의 성장 기대는 반도체주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졌다. 엔비디아 주가는 3.85%, 브로드컴은 9.77%, TSMC는 3.79% 각각 상승했으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2.39% 뛰었다. 이는 AI 인프라 수요 확대가 곧 반도체 수요로 직결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오라클의 이번 급등은 AI 시대 전략 전환이 주가와 기업가치에 직결된 대표 사례다.

다만 계약 실현의 불확실성과 낮은 수익성이라는 과제는 분명하다.

WSJ는 오라클이 제시한 청사진이 AI 인프라 수요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며, 결국 ‘제2의 엔비디아’가 될 수 있을지는 인프라 확충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석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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