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더 센 특검법’ 원안 강행…하루 만에 여야 합의 뒤집어

2025-09-11 13:00:41 게재

김병기, 구설 오른 송언석과 합의했다 안팎서 ‘뭇매’

정청래 “여야 협상안 수용 못해” … 원안 유지키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3대 특검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갈팡질팡 하고 있다. 1여야 원내대표간 합의안을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거부한 후 11일 당초 여당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특검 기간 연장 제외·수사인력 최소화 등을 골자로 한 여야 합의안은 하룻만에 파기됐다.

하루 만에 결렬된 여야 합의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1일 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간 3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법 수정 합의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도 달라 바로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김병기) 원내대표도 고생을 많이 했지만, 우리 지도부 뜻과는 많이 다른 것이어서 어제 많이 당황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야가 3대 특검의 수사 기간을 추가 연장하지 않고 인력 증원도 최소화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 중 핵심이 (수사) 기간 연장이라 연장을 안 하는 쪽으로 협상된 것은 특검법의 원래 취지와 정면 배치돼 (재협상을)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특검법 개정안 처리 시점과 관련해 “원내에서도 고심을 많이 할 것 같다”며 “먼저 최고위원회에서 지도부 회의를 하고 의원총회에서 지혜롭게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전날 원내대표 회동에서 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특검법 개정안을 일부 수정해 여야 합의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10일 양당 원내지도부가 밝힌 합의안에 따르면 3대 특검 수사기간과 인원과 관련한 내용은 야당 입장을 상당 부분 수용했다. 여당은 90일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개정안 대신 최대 60일까지 연장이 가능한 기존안을 유지하기로 했다. 수사 인력도 최대 50명까지 늘리는 안에서 각각 10명 내외로 증원될 전망이다.

특검 기간 종료 뒤에도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사건을 이첩해 특검이 계속 지휘할 수 있게 한 기존 개정안 내용은 삭제되는 것으로 합의했었다.

또 내란 특검의 경우 의무적으로 재판을 중계하도록 한 기존 내용은 조건부 허용으로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의원의 국민의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선임 건도 민주당이 협조하기로 했다. 야당은 대신 금감위 설치에 협력하고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계획을 철회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이같은 합의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여당이 더 많이 양보하면 좋겠다’는 협치 주문을 최대한 반영한 것”이라면서 “정부조직 개편을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해 원내지도부가 부담을 안고라도 합의하는게 좋겠다는 인식이 강했다”고 전했다. 협상에 나서기 전 최고위에 주요 협상안을 보고한 후 합의안을 마련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원내지도부 구상은 내부 벽에 막혀 무산됐다. 한준호 최고위원 등 지도부 안에서도 반발이 나왔고,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특검법 개정은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합의가 필요치 않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당원들과 지지층에서도 여야 합의안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합의 소식이 전해진 후 문자폭탄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민주당이 11일 국민의힘에 전날 합의를 이행할 수 없다고 통보하면서 특검법 개정안 합의처리가 무산됐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11일 특검법 개정안의 수정을 합의한 것과 관련, “(민주당 의원들이) 안 받아준다면 (국민의힘과의) 협의가 최종적으로 결렬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는) 1차로 논의한 것”이라며 “최고위에도 보고해야 하고 의총에서 추인받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양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전날 3대 특검에 대해 추가로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인력 증원 규모도 최소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수석들이) 너무 많은 각론이 나갔다”면서 “특히 기간 연장과 (인력) 규모는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의원총회와 의원들 (SNS)방에 올려서 (여론을) 좀 보고를 했어야 하는데 거칠었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절차상의 문제로 돌리고 있지만 특검법 개정안 등 정국운영에 대한 민주당 내부의 이견이 충돌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0일 여야 합의처리 합의에 대해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이 수사를 잘한다는 평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기존 특검법에 기간 연장이 가능한 만큼 기간 연장을 갖고 논란을 벌일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정부조직 개편 등을 들면서 “정치가 일도양단으로 한 정당이 원하는 바대로만 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여당인 민주당의 양보로 협치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혔다.

여야 원내대표 협상이 대통령실 등의 의견을 반영한 합의라는 해석과 무관하지 않다. 정청래 대표는 그러나 “어제 협상안은 제가 수용할 수 없었고, 지도부 뜻과 다르기 때문에 어제 바로 재협상 지시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의 협상 결렬 통보에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향후 모든 국회 일정 파행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오늘 아침 민주당으로부터 특검법 합의가 파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어제 오후 여야 원내대표가 6시간에 걸쳐 3번씩이나 만나 어렵사리 합의에 이르렀는데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선물로 여야 합의 파기라는 선물을 보내왔다”고 비꼬았다.

이명환 박소원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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