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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에 거는 기대

2025-09-12 13:00:02 게재

10년 전만 해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말을 꺼내기조차 어려웠다. 195개국의 합의로 파리협정을 채택한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환경기후부라든가 환경에너지기후변화부 장관 등의 이름으로 고위급 세션 연설을 하는 나라들을 보고 우리 환경부의 위상을 되돌아본 적 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는 분리할 수 없는 문제라는 걸 국제무대에서 확인하면서도 그런 주장을 펼 힘도 의지도 미약했던 시절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은 유엔기후변화협약상 개발도상국이었다. 1992년 협약 체결 당시 온실가스 감축 의무에서 자유로운 개도국으로 분류됐고 2005년 발효된 교토의정서 체제에서도 감축 의무 대상국에서 제외됐다.

문제는 2015년 파리협정 채택 이후였다. 모든 당사국이 자발적인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하고 이행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더이상 개도국 지위를 누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재명정부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정부조직을 개편해 기후와 에너지 정책을 총괄토록 한 것은 그로부터 10년 만이다. 지금도 산업계는 산업계대로 시민사회는 시민사회대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지만 큰 방향에서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파리협정 10년 후에야 기후에너지 조직 통합

우리 환경사나 환경부의 변천과정을 보면 ‘기적’으로 표현되는 경제나 민주주의 발전사 못지않게 눈부신 면이 있다. 1980년 환경청이 설립되기 전까지 환경 업무는 보건사회부 환경위생국에서 위생의 한 분야로 다루어졌다. 보사부 외청으로 출발한 환경청은 10년 후인 1990년 총리 직속 장관급 기관인 환경처로, 다시 4년 후인 1994년 독립부처인 환경부로 승격됐다.

그 과정에서 여러 기관의 관련 업무를 이관받아 몸집이 커졌다. 1991년 과학기술부로부터 기상청을, 1998년 내무부로부터 국립공원관리공단을 이관받았다. 낙동강페놀오염사건을 겪으면서 1994년 상하수도 관리 업무까지 건설부에서 가져왔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국토교통부가 담당하던 수량 관리(댐, 수자원 개발 및 이용)와 재해예방 업무, 하천 관리 기능(정비 및 유지보수)마저 환경부로 가져옴으로써 물 관리 업무가 완전히 일원화됐다. 이번에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여기에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관련 대부분의 기능과 기획재정부의 기후대응기금 및 녹색기후기금 등이 더해진다.

환경청이 설립될 무렵 우리 환경은 최악이었다. 공해병으로 온산공단 주변 8300가구를 집단이주시키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공해로 인해 3만명이 넘는 디아스포라가 발생한 것은 세계사적 사건이었다. 1982년 최초의 환경운동단체 한국공해문제연구소가 설립되고 1988년 공해추방운동연합, 1994년 환경운동연합으로 확대 발전했다.

환경부의 기능 강화와 환경단체의 성장은 우리 환경현실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환경 이슈가 공해병에서 물 대기질 기후변화 등으로 옮겨지면서 기능과 성격이 함께 진화해왔다. 이를테면 국토교통부의 수량관리 기능을 환경부가 완전히 가져올 수 있었던 데는 페놀사건 동강댐 4대강사업 등과 관련한 환경운동의 전개와 여론의 압박이 적잖이 작용했다.

쓰레기종량제 시행이라든가 대기질 개선, 미세먼지 저감, 에너지 효율 개선 등 많은 환경 사안의 배경에는 환경운동의 문제제기 제안 기여 압박 거버넌스 등이 자리하고 있다.

산업부의 에너지 기능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되는 상황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고 할 것이다. 물론 기후변화 정부를 자처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이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반대로 기후에너지부를 만들어 환경부를 갖다 붙였다고 생각하라”며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기후위기 대응의 진정한 사령탑 역할 기대

기후에너지환경부를 둘러싼 여러 우려는 출범과 함께 현실 또는 기우로 나타날 것이다. 그보다는 그동안 지체되고 흐트러진 기후변화 정책과 에너지 전환 목표를 일관되게 추진해나가는 게 더 시급한 상황이다. 오히려 격상된 위상에 걸맞는 역할을 하도록 더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 기후변화 대응을 조정하는 기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진정한 ‘기후위기 대응의 사령탑’으로서 그런 역할하기를 기대한다.

신동호 현대사기록연구원 연구위원장